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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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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832.<사랑 아니면 두려움/분도>
139.둬라
어느 집에 갔다가 벽에 걸려 있는 '생명 화가 연제식 신부 그림 달력'을 본다. 달력 종이를 넘기지 않는데도 열두 장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자기 집 안팎 풍경의 사계절을 그렸다. 여자인지 아이인지 노란 텐트에서 코를 골며 자는데 그 위로 뽀얀 안개가 이불처럼 덮여 있는 그림이 인상적이다. 색깔이 전에 견주어 원색으로 빛나고 선도 굵어지고 만화 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그림 속에서 굼틀거린다. 어느새 연延 신부가 곁에 서서 속으로 웅얼거린다. "거참, 제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줄도 모르는 놈한테 그게 뭔지를 무슨 수로 일러 준담?"
웃으며 대꾸한다. "제가 뭘 모르는지 모르는 줄도 모르는데 그게 모르는 건가? 놔둬, 그냥 두라고."
번쩍, 꿈에서 깨어나는데 누가 귓속말로 묻는다. "그 뭐라는 것이 저 자신이면? 그래도 그냥 둬?"
"그렇다면 그냥 둘 수 없지. 수고스럽게 살아 봤자 맨 허탕일 테니."
"그리고 그것이 다른 누구 아닌 너라면?"
맙소사. 그러니까 듣든지 말든지 누군가 말해야 한다. 그래 석가모니가 오고 예수가 오고 크리슈나, 피타고라스, 소크라테스, 노자, 공자, 간디가 왔는데, 그런데 사람들은 콧방귀나 꾸 고….
육계肉界, 천계天界, 영계靈界 삼중으로 밀봉된 병에 담겨 바닷물에 던져진 소금이 인간의 영靈이라는 요가난다의 말을 어제 들었지. 그래서 몸이 죽어도 죽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인간이 라고 했지. 하지만 그런 줄 알았으면 또 어쩔 것인가? 병이 스스로 병을 깨뜨릴 수 없는걸.
둬라, 언제고 죽지 않겠는가? 저절로 맨 바깥 육계의 병 하나 깨어질 텐데, 그러면 잊고 있던 무엇이 기억날 텐데, 예수님 그 말씀이 그러니까 바로 이거였구나, 무릎 치며 웃게 될 텐데. 그나저나 연제식 신부, 아직 연풍에 살고 있는지, 연락이 끊기어 알 길이 없다. 보고 싶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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