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한 채의 집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0 추천 수 0 2021.10.03 21:42:16
.........

[시골편지] 한 채의 집


마을버스 정거장. 손님들이 오길 기다리는 운전기사를 향해 할머니가 다그쳤다. “더워 죽겄는디 휭하니 기냥 갑시다. 이눔의 똥차 에어컨도 잘 안되고만.” 그러자 기사 왈 “똥이 다 차면 갈랍니다.” 부릉부릉 방귀소리. 장마전선은 오락가락. 나는 버스가 떠나는 꽁무니를 카메라에 몇 컷 담아두었다. 장 모르와 존 버거는 35년 동안 우정을 나눴는데, 집들을 오가면서 서로를 인터뷰하고 존중하며 아꼈다. 장 모르는 사진작가답게 필름으로, 존 버거는 목탄화와 글로…. 스위스와 프랑스를 오가며 나눈 둘의 이야기는 추운 날 담요처럼 따뜻하더라. 존 버거는 사진가 장 모르가 아주 멀리 여행을 떠나길 즐기는 사람이라 생텍쥐페리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사려 깊고도 특별한 여행가로서, 이웃들을 사랑했고 장기여행을 즐겼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내가 살던 알프스 산촌의 집집마다 다들 장 모르의 사진이 걸려 있다. 벽난로 위에 액자를 해둔 집도 있고, 보물단지 같은 상자 속에 보관해둔 집들도 있다. 이 사진들은 보통 결혼식이나 마을축제, 춤판을 담은 것들. 내 친구라고 하자 마음을 열고 부탁들을 한 거다. 산골 사람들은 카메라를 든 사람을 간첩이나 군인으로 알고 멀리하는데 말이다.” 둘의 우정은 주변 이웃들에게까지 번졌다. 지역 주민들과 조금씩 교감하면서 내는 그윽한 꽃향기. 요즘처럼 양떼가 뛰놀고 장미가 피는 계절엔 그 산촌에 살았을 작가의 집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짐작해보곤 한다.
사연을 담은 한 채의 집. 부동산 돈벌이로 굴리는 여러 채의 집이 아니다. 선량한 사람들의 소중한 한 채의 집. 정성 어린 손길에 피어난 꽃들, 친구의 방문으로 지펴진 온기로 훈훈한 집. 버스가 떠나듯 우리도 결국 집에서 떠난다. 집에서 영원히 사는 사람은 없다. 머물며 사는 동안 집을 사랑하고 집의 보호를 또한 받을 뿐. 누군가 찾아온다고 하면 청소를 하고 빵을 사고 커피콩을 볶는다. 초행길이면 집 주소를 알려준다. 언젠가는 나와 우리를 만나려면 무덤으로 찾아와야 하며, 커피는커녕 국물도 없겠지.
임의진 목사·시인
2020.07.0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657 김남준 교회는 교인들에게 김남준 2018-09-18 30
11656 김남준 참사람이 됨으로써 김남준 2018-10-16 30
11655 김남준 택하신 족속:선택 김남준 2018-11-24 30
11654 임의진 [시골편지] 시인의 사랑 file 임의진 2019-04-28 30
11653 김남준 영광받으실 이유1-자기 영혼을 버리심 김남준 2019-07-24 30
11652 임의진 [시골편지] 알로하오에! 하와이 file 임의진 2019-07-29 30
11651 김남준 누구에게나 자기 사랑은 있으나 모두가 그 사랑에 휘둘리며 살지는 않습니다 김남준 2019-11-12 30
11650 김남준 성찬을 받음은 그리스도처럼 살기로 서약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김남준 2020-02-05 30
11649 이현주 알렐루야 이현주 2020-07-20 30
11648 이현주 커튼과 햇빛 이현주 2020-07-27 30
11647 이현주 산 속의 오케스트라 이현주 2020-11-28 30
11646 이현주 문득 이현주 2020-12-06 30
11645 이현주 낯선 사람 이현주 2021-05-03 30
11644 이현주 붓다와 중생 이현주 2021-06-02 30
11643 김남준 보심과 존재의 의미 김남준 2021-07-09 30
11642 임의진 [시골편지] 부적 장수 임의진 2021-09-26 30
» 임의진 [시골편지] 한 채의 집 임의진 2021-10-03 30
11640 이현주 누가 오른빰을 치거든(마5:38-42) 이현주 2021-10-13 30
11639 임의진 [시골편지] 김장 찬송 임의진 2021-10-22 30
11638 이현주 자기 눈 속의 들보(마7:3-5) 이현주 2021-10-23 30
11637 임의진 [시골편지] 산채 비빔밥 임의진 2021-10-27 30
11636 임의진 [시골편지] 잃어버린 안경 임의진 2021-11-21 30
11635 이현주 가라지(마13:36-43) 이현주 2021-12-29 30
11634 임의진 [시골편지] 말이 필요 없어 file 임의진 2022-06-24 30
11633 이현주 믿지 않는 제자들(막16:9-13) 이현주 2022-07-18 30
11632 이현주 원수를 사랑하라 (눅6:27-36) 이현주 2022-09-07 30
11631 이현주 백부장의 종(눅7:1-10) 이현주 2022-09-22 30
11630 이현주 불을 지르러 오신 분 (눅12:49-53) 이현주 2022-11-10 30
11629 이현주 초대받지 않은 사람들 (눅14:12-24) 이현주 2022-11-22 30
11628 이현주 예루살렘을 바라보며 탄식하심(눅19:41-44) 이현주 2023-01-01 30
11627 한희철 웃을 수 있다면 한희철 2023-01-25 30
11626 이현주 예루살렘 성전에서 가르치심(요7:25-31) 이현주 2023-03-16 30
11625 이현주 호숫가에서 (요21:1-14) 이현주 2023-05-16 30
11624 한희철 치명적 내파 한희철 2023-07-05 30
11623 이현주 욥바에서 일어난 일 (행11:1-18) 이현주 2023-07-10 3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