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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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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많이 화나씨
곽재구 시인의 인도 이름은 ‘똥의 승리’란다. 재구는 자이구, 승리라는 뜻. 구는 똥의 의미. 그래서 ‘똥이 이긴다’가 된다. 인도에 머물 때 무커지라는 영문학자의 모친이 메모장에 이름을 써보라 하고, 그 이름을 소상히 설명해주었다고.
시인들이 닉네임을 가지는 일은 흔하다. 아랫동네 사는 고재종 시인은 ‘이장 시인’으로 불린다. 전에 한번 개발업자들과 투쟁할 일이 생겨 동네 이장 일을 봤는데, 지금은 짓지 않는 농사임에도 농민 시인, 이장 시인이란 못이 박혔단다. 나는 인도나 남미나 어디서건 ‘이매진’으로 불린다. 존 레넌이 일찍이 내 이름을 가지고 노래를 불러 공전의 히트. 내 이름 덕분에 영생불멸이 되었는데도 백원짜리 한 개 떡고물이 없다. 좀 벌었으면서 그러면 못쓴다잉.
요샌 영어 이름을 하나씩 갖고 살더라. 친구 중에 이름이 ‘대로’가 있는데, 이대로는 아니고 다른 성씨. 대로란 ‘많이 화났다’는 한자로도 풀 수 있으나 이름은 그냥 ‘큰길’이라는 흔한 뜻. 그러나 영어식 이름을 내가 지어주었는데, ‘많이 화나’. 영어로는 ‘마리화나’. 맞장구는 개뿔, 나를 괘씸하단 표정으로 쳐다보더군. 마리화나는 고사하고 담배조차 입에 안 대본 대로씨의 헤픈 웃음소리와 유쾌한 장광설이 항상 그립다.
‘많이 화나’씨를 비롯하여 내 친구들을 ‘코로나 땜시’ 요즘 자주 못 본다.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다’를 명심한다. 친구가 되려면 노력을 해야 한다. 못 보고 살지만 카톡이라도 남겨야 한다. 저 잘나면 친구가 덥숙덥숙 생길 거 같지만 천만의 말씀. 대접받고 싶으냐? 남을 대접하라 했다. 또 슬슬 성질을 건들고 화나게 하면서 친구가 되자고 하면 매우 곤란. 정치도 일부러 만인의 화를 돋우어 좋을 게 별로 없을 텐데 왜들 그러는지.
임의진 목사·시인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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