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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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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목화송이 솜눈
신학교에서 흑인 해방신학자 제임스 콘의 책을 처음 접하곤 가슴이 쿵쾅 뛰었던 기억.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 설파한 변선환 학장과 함께 거리로 내쫓긴 김준우 샘. 오래전 먼 걸음 하여 아우를 찾아오신 날. 밤새껏 시와 노래를 나누던 날을 잊지 못한다. 그때는 탐진강 줄기에 살았는데 시방은 영산강 줄기에 누옥을 틀었다. 어느메 강가에 누가 사나 생각하면 물냄새마저 그립게 느껴져. 작년에 콘 선생의 자서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을 ‘성님’이 차린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내용엔 흑인음악 이야기가 쏠쏠해. 뒷골목에서 총에 맞거나 뒷골목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둘 중 하나라는 흑인들의 역사. 이뿐만인가. 한국인 박씨가 미국에 가서 백인 교통순경에 걸렸는데 이름이 뭐냐고 묻길래 크게 대답했대. 근데 다짜고짜 내리라더니 총을 겨누더래. 이름이 글쎄 ‘박규’였다나. 미국에선 우리 아시아인도 인종으로, 생김새로 차별받고 설움을 당하곤 해왔지.
마이클 잭슨은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좋아했었다. 절창 ‘벤(Ben)’을 부르던 소년의 인생을 따라 우리도 한뼘 두뼘 성장해갔지. “벤. 모두가 등을 돌려도 나는 남들이 하는 말을 믿지 않을 거야. 나만큼 너를 알까.” 어린 잭슨은 성가대에서 미시시피강 주변에 살던 흑인들의 영가 ‘깊은 강(Deep River)’을 배워 불렀어. “깊은 강 내 고향은 요르단강 저편. 강을 건너 축제의 마당에 가고 싶소. 만물이 평화로운 그 약속의 땅에 말이오.” 흑인 노예들은 거창한 궁궐의 향연은 본 적이 없고 추수감사 축제를 천국의 잔치로 믿었다. 강제노동을 쉬는 그 며칠.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란 말이 있지. 그리고 깊은 강은 고요하나 의지가 분명해. 굽이쳐 돌아도 고여 썩지만 않으면 바다에 결국 이르리라. 사람을 대할 때 깊은 강을 마주하듯, 깊은 강을 만나듯 그랬으면 싶어. 채신머리없이 돌 던지는 일에나 재미를 붙이지 말고, 강물처럼 유장하게 흘러가는 일에 집중할 일이다. 콘 선생 덕분에, 흑인영가를 꺼내 듣는데 눈이 내리고 있다. 목화송이 같은 솜눈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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