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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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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질문
언제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인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듬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물로 휘발유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었습니다. 물로 휘발유를 만든다면 큰돈을 벌 수 있는 일을 넘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 과학자는 그 일에 몰두했습니다. 처음에는 뜬구름을 잡는 것 같던 연구가 제법 진척이 되어 이제는 한 가지 물질만 더 알아내면 물로 휘발유를 만드는 일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과학자는 그 한 가지 물질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해 절망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물질을 다 사용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며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더없이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히말라야 깊은 설산에 한 수도승이 사는데, 그에게 물으면 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무엇을 묻든지 대답을 해주는 수도승이라는 것이었지요.
다만 그를 만나는 데는 몇 가지 조건이 있었습니다. 수도승을 만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걸어서 와야 할 것, 혼자서 와야 할 것, 오는 동안 아무에게도 아무 말을 하지 말아야 할 것 등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조건이 있었는데, 수도승에게는 반드시 한 가지 질문만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어기면 수도승을 만날 수도 없거니와, 만난다고 해도 어떤 대답을 들을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과학자는 정해진 조건을 명심하며 히말라야 깊은 설산의 수도승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길은 멀고도 험했지만 자기가 찾아내지 못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모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걸어서 갔고, 혼자서 갔고, 가는 동안 아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길고 긴 여정 끝 마침내 과학자는 수도승을 만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도승을 만난 과학자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긴 수염을 늘어뜨린 노인일 줄 알았던 수도승이 만나보니 더없이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수도승이 꽃처럼 웃으며 어떤 일로 찾아왔느냐고 물었지요. 그 때 수도승은 자기도 모르게 불쑥 이런 말을 내뱉고 말았습니다.
“저, 혹시, 결혼 하셨나요?”
이 이야기를 처음 대했을 때 나도 모르게 웃음보를 터뜨렸던 생각이 납니다. 그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히말라야 설산을 찾아간 사람의 질문이 고작 결혼을 했느냐는 질문이었으니 말이지요. 다른 규정들은 다 잘 지킨 과학자가 어찌 그런 질문을 불쑥 던져 정작 묻고 싶은 질문을 할 기회를 잃어버린 것인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납니다.
단 한 번뿐인 삶을 살면서, 그것도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우리가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있는 것 아닐까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질문 말이지요. 세상살이에 쫓겨 아무 것이나 묻는다면 얼마나 허망한 일일까, 우리 삶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싶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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