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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4 추천 수 0 2022.07.06 07: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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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해가 질 때에도
어릴 적 동네 친구들과 즐겨 했던 놀이 중에 땅따먹기라는 놀이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작은 돌멩이 하나씩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한 놀이였습니다. 이밥을 배불리 먹는 날이 언제 올까 싶을 만큼 시절은 가난했지만, 그럴수록 우리들은 놀이의 천재가 되었습니다. 하루해가 심심하게 기운 날은 별로 없었을 겁니다.
운동장이나 마당에 작은 땅만 있으면 충분했습니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모여 땅 위에 금을 긋고는 땅따먹기를 시작했습니다. 금은 둥근 모양이나 네모 모양으로 그었는데, 모양에 상관없이 금 안의 공간은 우리들만의 제국이 되곤 했습니다.
놀이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자기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집으로 삼고 싶은 곳을 찾아 손가락을 한껏 펴고 집의 중심이 되는 지점에 엄지를 고정 시킨 뒤 새끼손가락으로 원을 그었습니다.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손가락으로 그린 만큼이 내 집이 되었습니다. 손이 크면 그만큼 큰 집에서 시작할 수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서로가 받아들일만한 공평함이었습니다.
내 순서가 돌아오면 내 집 안에서 돌을 튕기기 시작합니다. 알맞은 크기의 납작한 돌을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눈에 띄는 돌이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챙겨두었던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손가락으로 돌을 튕겨 처음 떠났던 집으로 돌아오면 돌이 지나간 만큼이 내 땅이 되는데, 거기에는 중요한 규칙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세 번째에는 반드시 내 집으로 들어와야 했습니다.
아무리 큰 땅을 차지해도 세 번째 돌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넓은 땅을 차지하고 싶은 욕심에 돌을 멀리 보낼 수는 있지만, 처음에 그어놓은 금 밖으로 나가든지 세 번째 돌을 튕겨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헛수고가 됩니다. 다음 친구에게 차례가 넘어가고, 내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어떤 날은 땅을 많이 차지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잃기도 했지요. 내 땅이 아닌데도 땅을 많이 차지하면 큰 부자가 된 양 마음이 뿌듯했고 꿈이 달았습니다. 땅을 잃은 날은 마음이 축 가라앉고 어서 다음날이 찾아와 잃어버린 땅을 되찾아야지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때문일까요, 어릴 적 땅따먹기를 떠올리면 선명하게 다가오는 생각이 있습니다. 땅을 많이 따든 모두 잃든, 하루해가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동안 어느새 깔려드는 땅거미와 함께 동내를 채우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녁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러면 누구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다 두고 집으로 돌아갔고, 찾아온 어둠이 우리가 보낸 시간의 흔적들을 다 덮고는 했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무엇 다를까 싶습니다. 세상을 사는 동안에야 더 많은 땅, 더 넓은 집, 더 많은 재산을 모으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인생의 해가 지면 모두 두고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차지한 것이 크다고 작다고 아웅다웅할 일이 아니다 싶습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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