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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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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아 보이지만 소중한 것
오래전에 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골동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하루는 시골 장터를 찾아갔습니다. 시골 장터에서 뜻밖의 물건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요. 장터를 둘러보던 그가 눈에 확 띄는 물건 하나를 보았습니다. 허름한 차림의 할아버지가 강아지를 팔고 있었는데, 강아지 앞에 놓인 개밥그릇이 매우 귀한 골동품이었습니다.
골동품 수집업자는 노련한 사람입니다. 수선을 피웠다가는 그릇을 안 팔지도 모르고, 팔아도 비싼 값을 부를 일이었습니다. 할아버지와 친해지기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가 긴 이야기 끝에 강아지 값을 물었습니다. 8만 원쯤 받을 생각이라 하자 10만 원을 건네 드리며, 장국밥이라도 맛있게 드시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강아지를 건네받은 그가 그냥 돌아설 리는 없었겠지요? 속에 두었던 말을 했습니다. “할아버지, 강아지를 데리고 서울까지 가려면 길이 먼 데, 가다가 밥을 주게 이 개 밥그릇 제가 가져가도 되겠지요?”
그 이야기를 하며 얼마나 떨렸을까 싶은데,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안 되우, 젊은 양반. 사실은 이 개 밥그릇 때문에 이 자리에서만 강아지를 102마리 째 팔고 있다우.” 할아버지를 가볍게 속이려던 골동품 수집업자는 결국 제 꾀에 제가 속아 넘어간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추석 명절을 보낸 뒤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시댁에서 명절을 잘 보낸 뒤 집으로 돌아갈 때였습니다. 시어머니가 큰 며느리에게 남은 음식들을 바리바리 검은 봉투에 싸주었습니다. 작은며느리는 안 가져간다고 미리 선언을 한 터, 큰며느리는 잘 먹겠다고 인사를 하며 봉투를 받아 차에 싣고 길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큰며느리는 돌아가던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을 때, 모든 봉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귀가를 했습니다.
집에 막 도착을 했을 때, 시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이번 명절에도 큰며느리로서 정말 수고가 많았다고, 작은며느리가 눈치를 챌까 싶어 음식을 담은 비닐봉지 안에 300만 원을 넣었다고, 그 돈을 가지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옷도 하나 사라고, 그 돈은 어미가 일을 해서 품삯으로 받은 돈이라 천 원짜리도 있고, 오천 원짜리도 있고, 만 원짜리도 있고, 오만 원짜리도 있으니 불편해도 잘 가려서 쓰라고, 다음에 또 일을 해서 돈을 벌면 또 주겠다고, 늘 고맙고 미안하다며 말을 마쳤습니다.
통화를 마친 큰며느리가 눈물을 닦으며 고속도로 휴게소로 달려가 쓰레기통을 뒤졌지만, 이미 쓰레기통이 비워진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은 그 큰며느리뿐만이 아니어서 쓰레기를 치울 때에는 그냥 치우지 않고 내용물을 확인한 후에 치운다고 하니 씁쓸함이 더합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하찮아 보이지만 소중한 것이 있습니다. 그냥 보면 개밥그릇이지만 전문가가 보면 보물이었듯이, 쓰레기통에 버린 봉지 안에 생각하지 못한 사랑이 담겨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것이 삶이 지혜지, 싶습니다.
한희철 목사 <교차로> 202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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