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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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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율한번 해주세요.
악기를 연주할 때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습니다. 조율입니다. 조율을 거치지 않은 악기로 연주를 하면 소음이 되고 맙니다. 여러 악기가 모여 연주를 하는 오케스트라에서는 좀 더 세밀한 조율 과정을 거칩니다.
공연을 앞두고 모든 악기가 오보에가 부는 기준 음에 음을 맞춥니다. 오보에의 라음(A음)에 맞춰 조율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현악기는 온도나 습도에 예민하기 때문에 대기실에 있다가 무대로 나오기만 해도 음높이가 변합니다.
관악기는 다른 악기가 조율을 할 때까지 한 음을 길게 내기가 힘들고 세게 불면 음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두 악기 모두 기준 음을 줄 수 있으나 홑 리드 악기인 클라리넷보다는 겹 리드 악기인 오보에의 소리가 더 또렷해서 오보에가 내는 A음을 기준 음으로 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절대 기준은 아닙니다. 피아노가 있을 때는 피아노의 A음에 오보에가 맞추고, 다른 악기들이 그 음에 맞춰 조율을 합니다. 피아노를 조율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오보에가 피아노에 맞추는 것입니다. 현악 연주에서는 제1바이올린이 오보에 역할을 하고, 오보에가 없는 경우에는 클라리넷이 오보에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상황에 따라 몇 가지 기준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모든 연주에는 조율 과정을 거친다는 사실입니다. 내 악기가 잘 조율이 되었다고 기준 음에 맞추는 것을 생략한다면, 연주는 결국 엉망이 되고 맙니다.
생각해 보면 조율이 필요한 곳은 연주장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야말로 조율이 필요합니다. 자기 목소리조차 일관성이 없다면, 모두가 자기 소리를 기준 음으로 삼으라고 한다면, 내 생각이 확실하다고 기준 음을 무시한다면 세상은 소란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율’이란 제목의 노래가 있습니다. “알고 있지 꽃들은 따뜻한 오월이면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철새들은 가을 하늘 때가 되면 날아가야 한다는 것을/ 문제 무엇이 문제인가 가는 곳도 모르면서 그저 달리고만 있었던 거야/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그렇게 시작이 되는, 노랫말이 참 아름답고 인상적인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거나 부르다 보면 반복되는 가사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가 어느새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땅에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조율입니다. 자기 악기조차 조율을 하지 않은 채 목청껏 연주를 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딱합니다. 다른 악기들을 향하여 내 음에 맞추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꼴불견입니다. 몇몇이 음을 맞췄다고 기준 음을 무시한 채 연주를 고집하는 것은 손사래를 치게 합니다.
각자의 악기를 내려놓고 기준 음을 듣는 것이 필요합니다. 언제라도 변함이 없을 기준 음은 하늘 뜻이 담긴 백성들의 소리입니다. 이제 우리 한목소리로 노래했으면 좋겠습니다.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번 해주세요”
<교차로> 202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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