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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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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 번 생각해 보시겠어요? 손으로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는지요? 조심스레 연필을 깎고 연필심을 갈아서, 혹은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서 누군가를 수시로 떠올리며 하얀 종이 위에 한 자 한 자 마음을 적어간 적이 언제였는지요? 혹은 그렇게 쓴 편지를 받은 적이 언제였는지요?
카톡이나 문자나 메일처럼 자판을 두드려 쓴 소식 말고, 누군가가 그의 손으로 쓴 편지 말입니다. 글씨체만 보아도 그 사람의 마음이 물씬 묻어나는, 편지를 쓴 사람의 마음이 밀려드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받은 적이 언제였을까 모르겠습니다.
편지를 통해 마음을 나눈 소중한 편지를 모아놓은 책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입니다.
지금의 국립대 총장 격인 성균관 대사성이었던 대학자 퇴계 이황과, 이제 막 과거에 급제한 청년 고봉 기대승 사이에 오간 편지를 묶은 책입니다. 나이나 직위로 보자면 감히 이루어지기 힘든 일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의 편지는 퇴계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13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집니다.
두 사람이 얼마나 지극한 마음으로 편지를 주고받는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 있습니다. 퇴계가 둘째 아들의 죽음과 시대를 향한 괴로운 심경을 밝히던 날, 몸소 뵙고 여쭙지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기며 고봉은 편지를 부치는데, 편지 말미에 '삼가 백 번 절하고 올립니다'라고 쓰고 있습니다. 백 번을 절하고 전하는 편지가 어찌 자판을 통해 오가는 소식과 같을 수가 있을까 싶습니다.
<영혼의 편지>도 빠뜨릴 수 없지 싶습니다. 화가 고흐는 동생에게 마음을 쏟아놓듯 모두 668통의 편지를 써서 보냅니다. 물감을 아껴 써야 할 만큼 고흐가 얼마나 지독하게 가난했는지,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이 없는 삶을 이어가기가 얼마나 고독했는지, 그러면서도 예술혼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 얼마나 분투했는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테오는 고흐의 동생이면서도 생의 유일한 말벗이었던 것 같습니다. 테오 또한 형이 죽은 지 6개월 만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어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형의 무덤 옆에 눕게 되었으니, 형제간의 우애가 참으로 깊다 싶습니다.
최근에 읽은 <헨쇼 선생님께>는 참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책입니다.
주인공인 소년 리 보츠는 불행한 환경에서 살아갑니다. 엄마와 아빠가 이혼을 하여 낯선 동네로 이사를 온 리 보츠는 엄마와 둘이서 작은 집에서 삽니다. 엄마는 고장 난 TV를 고쳐주지 않는데, 리 보츠는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못합니다. 트럭 운전을 하는 아빠와 아빠가 데리고 간 애견 ‘산적’을 늘 그리워하지만 아빠는 연락조차 자주 하지를 않습니다.
비록 학교 숙제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자신이 재미있게 읽은 책의 저자인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기 시작하면서 리 보츠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편지를 쓰며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하며, 좋아하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편지를 읽으며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위로와 용기를 얻게 됩니다.
굳이 공개할 것도 아니고 책으로 묶을 것도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이 담긴 편지를 쓰면 어떨지요? 어쩌면 그 편지가 벗어나기 힘들었던 웅덩이에서 나를 꺼내줄지도 모를 테니까요.
한희철 목사 <교차로> 2022.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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