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520. 지경 다지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394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

□한희철1520.지경 다지기

 

집을 지며 지경다지기를 하기로 했다. 사실 터야 포크레인으로 다져 편편하니 무얼 세워도 좋을 만큼 반반해졌고, 포크레인이 오간터에 굳이 따로 터를 다질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굳이 터 다지기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얘길 들으니 터 다지기가 마을에서 사라진지 어언 30여년이 지났다 했다. 동네 누구네가 집을 진다하면 낮엔 제각각 일하고 밤엔 모두들 모여 터를 다져 주었던 지경 다지기! 

그 아름다운 전통이 이 땅에서 사라진지 30년이라니, 아쉬운 마음이 터다지기를 고집하게 했다. 

집을 같이 짓기로 한 마을 분들께 얘기하자 좋다며 하자고 했다. 돼지를 한 마리 잡았고 음식을 차렸다. 

얘길 들은 마을 사람들이 거반 다 올라왔다. 미리 준비해 둔 지경다지기 돌 두 개에다 줄을 엮었다. 박민하 할아버지가 선소리를 하시겠다며 기꺼이 올라오셨다. 

땅에 고하고 절을 하고... 터 다지기를 시작할 때의 순서를 기도와 말씀으로 대신했다. 마을 사람들과 빙 둘러서서 이 땅이 거룩한 땅이 되게 해 달라 기도했다. 

이어 지경다지기, 선소리를 주는 박민하 할아버지의 선창을 따라 돌을 들어 올리는데 그 큰돌이 번쩍번쩍 춤을 추듯 들렸다간 땅으로 떨어지며 집터를 다지기 시작했다. 

신기했다. 그리고 신비로웠다. 

온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집터를 다지며 그 터에 세워질 집을 축원하는 이 기막힌 축제라니. 집이란 업자에게 돈을 주어 만들어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정이 모여 세워지는 공간을 말함이었다. 

함께 올라온 놀이방 아이들도 신기한 눈빛으로 터다지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더러더러 어른들 사이에 끼어 함께 줄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물려받고 물려줘야 할 우리의 당연하고 아름답고 소중한 유산은 그렇게 30여년 만에 불쑥 재현됐을 뿐 또다시 아득하게 묻히고 말았다.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32 한희철 239.덩달아 죽은 해바라기 한희철 2002-01-02 4394
» 한희철 1520. 지경 다지기 한희철 2002-01-02 4394
630 한희철 193.대견스러운 승혜 한희철 2002-01-02 4395
629 한희철 582.딱한 행차 한희철 2002-01-02 4395
628 한희철 1336. 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7 한희철 1071. 근래에 있었던 우울한 일 두 가지 한희철 2002-01-02 4395
626 한희철 966. 학래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5 한희철 812.눈물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5
624 한희철 370. 광철씨 한희철 2002-01-02 4395
623 이현주 종교인의 길 이현주 2010-01-17 4396
622 한희철 674.날 한희철 2002-01-02 4396
621 한희철 1337. 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6
620 한희철 525.눈 비비는 소 한희철 2002-01-02 4396
619 한희철 567.가을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6
618 한희철 509.촌놈 한희철 2002-01-02 4396
617 한희철 1321. 다신 안 한다 한희철 2002-01-02 4396
616 한희철 921. 어이없는 삶 한희철 2002-01-02 4396
615 한희철 432.할머니의 바램 한희철 2002-01-02 4396
614 한희철 52.농사꾼 국회의원 한희철 2002-01-02 4396
613 한희철 762.산수유 한희철 2002-01-02 4396
612 한희철 702.너희들 앞에서 한희철 2002-01-02 4396
611 한희철 130.열흘간의 휴직계 한희철 2002-01-02 4396
610 한희철 219.허울 좋은 사랑, 거짓 명분 한희철 2002-01-02 4397
609 한희철 296.절도 교회도 다 그만두겠다고 한희철 2002-01-02 4397
608 한희철 744.봄(3) 한희철 2002-01-02 4397
607 한희철 346.성탄 선물 한희철 2002-01-02 4397
606 한희철 329.기도하며 일하라고 한희철 2002-01-02 4397
605 한희철 251.가난한 땅에서 드리는 감사 한희철 2002-01-02 4397
604 한희철 497.파스 한희철 2002-01-02 4397
603 한희철 472.제비집 한희철 2002-01-02 4397
602 한희철 1356. 한식을 주시는 한희철 2002-01-02 4397
601 한희철 159.매미 울음 한희철 2002-01-02 4398
600 한희철 295.남철씨의 교회 사랑 한희철 2002-01-02 4398
599 한희철 620.이만치 비켜서서 한희철 2002-01-02 4398
598 한희철 576.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2 4398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