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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5. 메주 사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476 추천 수 0 2002.01.02 21: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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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05. 메주 사건

 

아이들과 함께 상자골에 올라가 가재를 잡고 막 내려오려던 참이었다. 어린이날인데도 어디 아이들과 다녀오지를 못해 미안한 마음을지울겸 가재를 잡으러 올라간 터였다. 

상자골 맑은 계곡물엔 그런대로 가재가 있어 돌을 들출 때마다 심심하지 않게 가재가 나왔다. 잡은 가재를 가재가 없는 작실 안골에 놓아주려 막 산을 내려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났다. 아내였는데 부르는 소리가 다급했다. 괜히 가슴이 철렁했다. 서울서 메주 사간 사람이 와서 메주 잘못됐다며 소송을 걸 거라며, 교회 마당에 난리가 났다는 얘기였다. 얼른 교회로 내려와 보니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있었다. 

교인과 마을 분들 사이로 모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부부였고, 지난겨울 동네에 있는 별장을 사러 왔다가 교회에서 메주를 여덟장 사간 사람들이었다. 아마 김영옥 속장님네 들렀다가 속장님을 통해 메주를 사간 모양이었다. 

메주를 사가 장을 담그려고 보니 짐승털 같은 이물질이 들어있어 일부러 찾아왔다는 얘기였다. 그들은 몹시 격앙되어 있었다. 시골 메주고 교회서 만든 메주인데 어떻게 이물질이 들어있을 수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메주를 놀이방에 말렸는데 말리는 과정에서 머리카락 모양의 곰팡이가 번져 교우들이 여러차례 떼어내고 다듬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3년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장을 담궈보니 괜찮았고, 마을 분들 얘기도 메주를 만들다 보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하여 그러려니 했는데, 찾아온 두 사람은 속았다며 몹시 분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물질이 잔뜩 들은 메주를 교회에서 팔 수가 있냐며 그들은 그동안 장 담을때 들어간 비용하며 정신적인 피해보상 까지를 요구했다. 성분검사를 하고 변호사를 통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했다.

모인 동네분들이 메주를 쑤다보면 그런해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들의 태도는 요지부동, 모두가 한통속이라는 태도였다. 시골사람을 무시하는 태도가 역력했다. 

교회를 뿌리째 흔들겠다는 말도 서슴치 않았다. 어떻게 탄 밥을 팔고서 돈을 달랄수가 있는 거냐며, 같이 온 부인도 남편 못지않게 역정을 내었다.

먹을 수 없는 탄 밥이라니? 지난해 메주를 만들려고 교우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데, 용두동교회 교우들과 함께 콩을 심고 거둬들인 그 콩으로 노인네 교우들이 지극정성으로 만든 메주를 ‘못 먹는 탄 밥’이라니 이야기를 들으며 화가 목젖을 지나 머리끝까지 뻗칠대로 뻗쳤다.

 

시골 메주를 사 달라는 부탁에 교회 메주를 팔았던 박종관 아저씨가 중간에서 여간 난처해하지 않았는데, 아. 박종관 아저씨만 아니라면, 그래 목사고 뭐고 한바탕 욕이라고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시골 사람을 깔보고 교회와 목사를 깔보고 ‘변호사’며 ‘소송’소리를 하면 껌벅 죽을 줄 아는 그 태도가 역겹고도 참담했다. 

하도 기가 막혀 교회 마당 의자에 망연히 앉아 있는데, 김을순 집사님이 울 듯한 표정으로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얼마 후 박종관 아저씨가 다시 오셔서 “어떻게, 성분 검사해 보라고 해요?” 묻는다. 할말 다하고 돌아가는 그들을 아마 박종관 아저씨가 붙잡아 당신 집으로 들였는가 보았다. 성분 검사는 물론 소송을 걸려면 걸어보라고, 그런 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오려는 걸 참고 아저씨 댁으로 함께 갔다. 

다시 한번 두 사람을 마주했다. 

“어떻게 하면 좋겠소?” 무슨 죄인을 다루는듯한 태도라니, 겨우겨우 참아가며 메주를 만든 정을 이야기 했지만 그것이 그들에겐 이미 소용없는 얘기였다. 목사로서 신앙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처신하는 게 옳은지 정말 혼란스러웠다. 

 

“제가, 변상 할께요. 목사님” 

안되겠다 싶었는지 박종관 아저씨가 당신이 변상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럴순 없다 했지만 그래도 얼마를 변상하면 되겠느냐고 박종관 아저씨가 물으니 거만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대뜸 옆에 있던 계산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곤 계산기를 두들겨댔다. 

그가 두들겨낸 계산기에는 148,000원이라는 액수가 적혀 있었다. 메주 8장 사갔다는 사람이 148,000원이라니, 그의 설명을 들으니 메주값 56,000원, 장 담글 때 들어간 물값 42000원, 소금 19,000원 오늘 자동차 타고온 기름값 30,000원(그는 좋은 승용차니 기름 값이 두초롱은 들었다 했다. 그가 타고온 차는 그렌져였다). 모두 합한 금액이란다. 인간의 초라함, 초라한 인간이라니! 

박종관 아저씨가 열른 150,000원을 건네며 미안하게 됐다고 사과를 했다. 남자는 건네 받은 돈을 하나하나 세어 확인을 하곤 부인 에게 건넸다. 그리곤 돌아갔다. 

용서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그런 마음이 언뜻언뜻 이어졌던 건 사실 용서 할 수 없는 마음 때문이었다. 터진 가슴으로 욕이 마구 샜고, 그걸 그럴듯한 기도로 꿰매기엔 이미 마음은 헝크러질 대로 헝크러져 있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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