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6 추천 수 0 2023.08.02 08:38:17
.........

3b2db892deb215454cf3aeee5fbd953f.jpg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생각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기록을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죽음 직전의 마지막 상황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고, 긴 감옥 생활을 기록으로 버티기도 하고, 심지어는 모든 희망을 모두 버리는 것이 그나마 자신을 버티게 하는 지옥 같은 상황 속에서도 기록을 남깁니다.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라는 책은 모두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을 담고 있습니다. 그곳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굴뚝 속의 흰 연기가 되는 것밖에는 없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그들은 그곳에서의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프리모 레비는 책의 서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따뜻한 음식과 다정한 얼굴을 만나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라 이것이 인간인지. 진흙탕 속에서 고되게 노동하며, 평화를 알지 못하고, 빵 반쪽을 위해 싸우고, 예 아니오라는 말 한 마디 때문에 죽어가는 이가. 생각해보라 이것이 여자인지. 머리카락 한 올 없이, 이름도 없이, 기억할 힘도 없이, 두 눈은 텅 비고 한겨울 개구리처럼 자궁이 차디찬 이가.’ 모든 악마적인 비인간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에서도 그는 그 상황을 기록으로 남겼던 것입니다.

우리는 <사기>라는 책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불경죄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은 한나라 관리 사마천은 궁형을 선택하여 목숨을 건졌고, 마침내 중국 2천 년간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서 궁형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궁형은 죽음보다도 더 고통스럽고 치욕스러운 선택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주로 남자의 음경과 고환 둘 다 제거하는 형태를 택했다고 합니다. 궁형은 ‘부형’이라고도 하는데 절단한 환부에서 오랫동안 살이 썩는 냄새가 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냄새로 인해 사람들이 다 멀리했다고 합니다. 궁형을 당한 자는 감염으로 인해 생존 확률이 10-20% 정도였다고 하는데, 살아난다 해도 잘린 음경으로 인해 소변을 앉아서 봐야 하고 평상시 오줌을 지리는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런 치욕을 알면서도 궁형을 택한 것은 도서를 관리하고 천문을 관찰하며 사료를 편찬하는 태사로서 목숨 값을 치를 돈이 없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사기>를 남기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사마천은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아프게 돌아보게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일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습니다. 조선 초 민인생이라는 사관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태종은 편전 사관인 민인생이 들어오자 “편전은 내가 편안히 쉬는 곳이니 사관은 들어오지 마라”며 짜증을 냈습니다. 그 때 민인생은 “임금과 대신이 정사를 돌보는 편전에 사관의 출입을 금하면 어찌하느냐?” 하며 서릿발 같은 한마디를 했습니다. “사관은 곧게 써야 합니다.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시절 때문일까요,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라는 말이 천둥소리처럼 들립니다. 무릇 모든 펜을 잡은 이는 한 사관의 말을 하늘 음성으로 새겨야 할 일입니다. 

<교차로> ‘아름다운 사회’ 2023.8.2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832 김남준 스윈녹의 견해 김남준 2018-08-20 26
11831 김남준 성령의 각성케 하심 김남준 2018-09-18 26
11830 임의진 [시골편지] 삼십육계 file 임의진 2019-04-20 26
11829 김남준 오늘도 열렬하게 기도하였습니까? 김남준 2019-11-12 26
11828 이현주 알밤 이현주 2020-07-20 26
11827 이현주 늙은 소나무 이현주 2020-11-08 26
11826 이현주 고요한 현기증 이현주 2020-11-15 26
11825 이현주 범아일여1 이현주 2020-12-29 26
11824 이현주 이현주 2021-01-05 26
11823 임의진 [시골편지] 담배 묵는 할매 임의진 2021-10-30 26
11822 임의진 [시골편지] 애갱이 왕자와 갱아지 임의진 2021-11-11 26
11821 이현주 고향 사람들(마13:53-58) 이현주 2021-12-29 26
11820 이현주 한마음으로(마18:19-20) 이현주 2022-01-24 26
11819 이현주 무화과나무(마21:18-22) 이현주 2022-02-05 26
11818 한희철 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2022-06-29 26
11817 이현주 악마의 유혹(눅4:1-13) 이현주 2022-08-16 26
11816 이현주 중풍병자(눅5:17-26) 이현주 2022-08-29 26
11815 이현주 세례 요한 (눅7:24-30) 이현주 2022-09-22 26
11814 이현주 수난 예고 (눅9:44-45) 이현주 2022-10-17 26
11813 이현주 안식일에 수종병을 고치심(눅14:1-6) 이현주 2022-11-22 26
11812 이현주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심 (눅18:18:31-34) 이현주 2022-12-16 26
11811 이현주 여리고의 맹인을 고쳐주심 (눅18:36-43) 이현주 2022-12-16 26
11810 이현주 예수 죽일 것을 모의하는 사람들 (눅19:47-48) 이현주 2023-01-01 26
11809 이현주 아브라함의 자손 (요8:31-47) 이현주 2023-03-28 26
» 한희철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한희철 2023-08-02 26
11807 한희철 호미 씻으면 김이 무성하다 한희철 2023-08-23 26
11806 이현주 참 유대인은 겉모습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롬2:17-29) 이현주 2023-09-22 26
11805 이현주 이스라엘의 잘못(롬9:30-33) 이현주 2023-10-10 26
11804 이현주 첫인사(고전1:1-9) 이현주 2023-11-02 26
11803 이현주 세상의 지혜로움과 하나님의 어리석음(고전1:18-31) 이현주 2023-11-02 26
11802 이현주 씨를 심은 바울과 물을 준 아볼로(고전3:1-9) 이현주 2023-11-14 26
11801 이현주 디도 일행을 보내면서(고후8:16-24) 이현주 2024-01-04 26
11800 이현주 가짜 사도들에 대하여(고후11:1-15) 이현주 2024-01-04 26
11799 이현주 예수께서 몸소 계시하신 복음(갈1:11-24) 이현주 2024-01-17 26
11798 임의진 [시골편지] 노루와 도루 file 임의진 2024-02-04 2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