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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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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다음은 한글이다
지난 한 달간, 미국을 다녀왔습니다. 시카고, 그린빌, 탬파, 로스앤젤레스 등 네 개 주 네 교회에서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비행기를 모두 일곱 번 타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충분히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고, 곳곳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자연을 둘러본 것은 덤처럼 누린 은총이었습니다.
한 달의 시간을 보내며 그중 많이 듣게 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연히 듣고는 설마 싶었는데, 몇 번 더 같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히려 신기하게 여겨졌습니다. 냉동 김밥 이야기였습니다. 미국 내에서 냉동 김밥 인기가 상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그 이야기를 꺼낸 제부는 자기도 이야기를 듣고는 마트에 갈 때마다 김밥을 찾았지만, 세 번을 모두 실패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쉽게 공감이 되질 않았습니다. 아니 김밥을 얼린다고, 얼린 김밥을 어떻게 먹지, 아무리 녹여 먹는다고 해도 평소에 먹던 김밥과는 다를 것 아닌가, 김밥에 익숙한 사람으로서는 이런저런 조심스러운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그런 현상이 한국 문화 열풍과 무관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문득 독일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간 도시락에 김이 있는 것을 보고는 독일 친구들이 ‘까만 종이’라 불렀다는 것이었습니다. 멸치 반찬을 보고는 “그렇게 작은 생선까지 먹느냐?”고 묻기까지 했다고 했습니다.
그런 표현들은 다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정서가 담긴 것 아닌가 싶어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제는 김밥이 외국인들에게 큰 관심과 인기를 끌고 있으니 시대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마침 우리가 찾은 마트에도 김밥을 파는 곳이 있어 일부러 찾아가 보았습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역시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김밥 진열대는 텅 비어 있었고,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our Kimbap will be out of stock until October. we are sorry for the inconvenience!’
(저희 김밥은 10월까지 품절될 예정입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안내문을 보며 또 한 번 반가웠던 것은 김밥을 ‘Kimbap’이라 표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당연하지 않다 싶었던 것은, 우리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중국이나 일본의 것으로 오해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괜히 마음이 설레며 나도 모르게 찾아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한글이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음악과 음식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 속으로 퍼져간다면 마침내 세계인들은 한글을 주목하지 않을까, 정말로 귀한 보물은 긴 수고 끝에 발견하는 것처럼 한글이 인류에게 전해진 값진 유산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이런 뿌듯함이 성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내 확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마음은 이미 성급했답니다.
<교차로>201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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