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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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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14. 제초제
어느 날 보니 교회 주변의 풀이 벌겋게 죽어가고 있었다. 누군가 제초제를 뿌린 모양이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당신네 논둑이나 밭둑에제초제를 주면서 교회를 생각해서 같이 제초제를 뿌렸을 것이다.
제초제의 무서움을 잘 알기에 될 수 있으면 제초제를 안 쓰려 하는데 누군지 모를 제초제를 뿌린 이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하기야 이젠 농촌에서 제초제 안 쓰는 사람 보기가 어려워졌다. 일손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쉽게 쉽게 제초제를 쓴다. 제초제를 쓰면 풀과 곡식과 땅과 농부가 다 병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대개는 망설임 없이 제초제를 쓴다.
제초제를 뿌리면서 교회 뒷편 뒷동산과 맞닿은 둑에도 뿌린 모양인데 당장 티가 나기 시작했다. 풀들이 누렇게 벌겋게 죽기 시작했는데, 보니 둑 아래 심은 배추도 누렇게 잎이 죽고 있었다.
권사님이 준 배추 모종을 둑 아래 살구나무 주변으로 열 댓폭 심었는데 그중 두어 포기에 제초제가 튄 듯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배추들의 모습은 갈수록 달라졌다. 다른 배추들은 더없이 푸르고 싱싱한 모습으로 보기 좋게 통이 커졌는데 제초제에 노출됐던 배추는 좀체로 자라지를 못했다.
겨우 누런 기운을 지워냈을 뿐 제초제를 맞았을 때의 그 크기를 벗어날 줄 몰랐다. 마치 제초제에 의해 배추가 박제된 것처럼 보였다.
제초제에 노출되어 더이상 자라기를 멈춘 배추, 아무것도 모르는 채 꾸역꾸역 제초제에 노출된 곡식을 먹고 있는 우리는 결국 무엇이 되는걸까.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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