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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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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87. 똥눠
새벽 두시나 세시쯤 되었을까. 자다 들으니 부엌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가 자다말고 변소에 가는 걸까. 곧 들어오겠지 했는데 제법 시간이 지나도록 돌아오질 않는다.
아이들 방으로 가보니 막내 규영이가 보이질 않는다. 부엌문을 열고 나서니 겨울 새벽 공기가 얼얼하도록 차다. 얼지 않으려 애쓰는 듯 하늘의 별은 더욱 초롱초롱했다.
화장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규영이 뭐하니?” 화장실의 닫힌 문을 향해 물었더니 “으-응. 아빠구나.” 규영이는 전혀 놀라는 기색 없이 짧게 대답을 했다.
“똥눠.” 아이가 추운 겨울 새벽 혼자 깨어 밖으로 나와 일을 보는 것 자체도 그러하고, 태연스럽게 “똥눠” 하고 대답하는 것도 그렇고 그 모든 게 대견하고 재미있어 혼자 후후 웃는데 녀석이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를 했다.
“아빠도 똥마려?”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릴수 밖에 없었고 한참을 웃었다.
“들어올 때 불 끄고 들어와라.” 했지만 결국은 문밖에서 기다렸다 같이 들어왔다.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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