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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 졸업식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781 추천 수 0 2002.01.05 22: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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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86. 졸업식

 

마을에 있는 단강초등학교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단강이 작고 외진 전형적인 농촌이니 어느 농촌에서나 볼수있는 농촌학교 졸업식이 되겠습니다. 54회 졸업식에 졸업생은 7명입니다. 한때는 수백명씩 되어 오전반 오후반으로 공부를 했다는데, 텅빈 농촌, 이제는 졸업생이 7명뿐입니다. 

다음 해 졸업생이 4명뿐임을 생각하면 7명이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요. 7명의졸업생들과 20여명의 재학생들, 몇몇 기관장들과 마을분들이 교실 한 칸에 모여 졸업식을 했습니다.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반주에 맞춰 애국가를 부른 뒤 교감 선생님의 학사보고가 있었습니다. 보고는 태연한듯 싶었지만 듣는 이의 마음은 한없이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예산 문제로 시골의 작은 학교들을 통폐합시킬 거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졸업식조차 얼마나 더 이어질수 있을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상장 및 장학금을 받는 순서, 7명의 졸업생들이 서너 번씩 나와 상장과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누구 하나 빠짐없이 상을 받는 모습이 그나마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수고를 칭찬하며 새로운 출발을 선하게 격려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여겨졌습니다. 

학교장 회고사에 이어 재학생 대표의 송사와 졸업생 대표의 답사가 있었습니다. 힘든 일 같이 이겨낸 언니 오빠들, 같이 보낸 긴긴 여름. 그 긴 6년간 우리는 친형제 친남매처럼 정을 소복이 쌓았습니다. 

“둥지를 떠나는 아기새 처럼 학교를 떠나시는 언니, 오빠들 (중략) 낯선 곳에 간 언니 오빠들이 잘 지낼 수 있게 저희가 기도하겠어요. 부디 졸업을 하셔도 꿈과 용기 잃지 말고 저희 동생들을 기억해 줘요.” 

송사를 읽는 동안 뒤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나 바라보니 어느샌지 재학생들의 눈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터질듯한 울음을 참느라 애들 쓰고 있었습니다. 

 

이어진 답사, 졸업생 대표의 목소리는 착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아우들, 같은 학교에서 같은 교실에서 함께 숨쉬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었던 소중한 아우들! 학교를 빛내주지 못하고 이렇게 떠나지만 맺은 오누이의 정은 가슴 깊이 새겨 빛내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의 눈이 다 젖어 있었습니다. 그나마 울음이 터지지 않아 다행이라 여겨졌던 것은 그렇게 울음이 터져버리면 누구 하나 달랠 사람이 따로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할것, 돈이 없어 치욕적인 IMF를 보내고 있는데 식량이 없다면 얼마나 굴욕적이고 치명적일까, 농촌학교를 너무 쉽게 없애는 것은 농촌의 기반을 다시한번 무너뜨리는 일, 졸업식을 바라보며 내내 마음이 아팠던 것은 마음으로 찾아드는 예감이 끝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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