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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8. 할머니의 기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7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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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08. 할머니의 기도

 

동생을 간호하다 당신 몸이 도진 안경순 할머니가 이번엔 당신이 입원을 했다. 당뇨가 오래되어 당신 몸도 허약한데 여러 달 동안 동생 뒷바라지하다 보니 당신 몸 돌볼 새가 없었다. 누구 하나 자식이 곁에 있어 돌봐 드려야 할 두 분이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했던 안경순 할머니는 입원한지 며칠이 못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병원에선 나가면 안된다고 극구 말렸다는데 할머니가 고집을 부려 나오신 것이었다. 동생의 전화를 받고는 안 나올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언니, 나 무서워!” 

그나마 약한 몸과 마음을 언니를 의지해 지냈는데, 언니가 병원으로 가고 나니 꼼짝없이 혼자 남은 안 집사님, 혼자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두려울 수가 없었다. 

피투성이가 되어 바로 옆방에서 죽은 원일이 아저씨, 얼마 전 당신 곁을 떠나간 남편 유 경복 할아버지, 낮엔 그런대로 괜찮지만 밤이되면 사방 어둠만큼 두려움이 옥죄어 오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꼭 누가 마루에 들어와 있는 것도 같고, 가뜩이나 잠 못 이루는 밤인데 그런 공포감 마저 들자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혈육이라곤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전화를 걸어 “언니, 나 무서워” 하며 눈물을 터뜨리자 언니 안경순 할머니는 병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동생한테로 달려왔다. 

하루 일을 마친 늦은 시간, 몇몇 교우들과 아랫말을 찾았다. 두 분 모두 자리에 누워있다 힘들게 몸을 일으켰다. 

함께 예배를 드리는 마음이 싸-하다. 말의 무력함이라니! 하나님이 곁에 계셔 달라고, 천사를 통해서라도 두 분을 지켜달라고 기도를 를 하고 예배를 마쳤다. 예배를 마쳤을 때 안경순 할머니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댄 채, 그렇게 쓰러진 채 뭐래 뭐라고 기도를 더 하셨다. 

주기도문이었다. 할머니는 쥐어짜듯 주기도문을 읍조리고 있었다. 뒤늦게 배운 주기도문을 그렇게 할머니는 당신 몸과 마음이 무너질 때 주님께 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사위어 가는 촛불처럼 허약하되 간절함 가득한 할머니의 기도.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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