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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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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49. 거룩함
주일아침. 첫종을 치고서 김을순 집사님을 찾아갔다. 몸이 아파 여러 날 동안 새벽기도회에 참석을 못하고 계셨다.
집사님네 마당이 깨끗하게 비질이 되어 있었다.
“계세요?”
“아이구, 목사님?” 집사님은 목소리를 듣고 대번 누군지를 알아차렸다.
그런데도 집사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지금교회 갈려구 옷갈아 입구 있어유. 목사님 먼저 가세유.”
다행이었다. “곧 오세요” 연세도 있으시고 몸도 약하여 때때로 앓으시면 마음이 결리는 집 사님. 그래도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되어 고마운 일이었다.
집사님네를 빠져나와 예배당으로 오다보니 김영옥 집사님이 마당에서 무언가 일을 하고 있었다. 시간이 되면 바로 교회로 달려가려고 옷을 갈아입은 채였다.
벼 이삭을 훑고 있었다. “타작한 논에 벼 이삭이 많이 떨어졌어유. 아깝길래 주어다 떨고 있어유.”
옥수수 대를 반으로 알맞게 접어 접힌 옥수수 대로 벼 이삭을 훑고 있다. 누구나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기막힌 발상이 감탄스러웠다.
주워다 놓은 벼 이삭이 제법이었다. 흙에 묻은 이삭들도 적지 않았다 그렇게 주워온 이삭을 털어놓은 것만 해도 펄쳐 놓은 자리에 제법이었다.
“아직두 많아유. 아깝잖아유. 또 주워와야겠어유.” 그게 농부의 마음이었다. 한톨이라도 건지려는 지극한 마음 “조금 전에 친게 첫 종이지유?” 집사님도 곧 뒤따라 오겠노라 했다.
주워온 벼 이삭을 옥수수 대로 떠는 집사님의 모습은 거룩했다. 한톨의 양식도 버릴 수 없다는, 땅의 사람이 지켜가는 지순한 거룩함이었다.
누가 거룩함을 예배당 안에만 있다 하겠는가. 세상 곳곳 저리도 거룩한 모습 있는 것이거늘, 저 거룩함이 있어 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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