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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1. 새 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289 추천 수 0 2002.01.05 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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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81. 새 차

 

이번에 차를 바꿨다. 그동안 타던 차가 오래되고 낡아 은근히 걱정을 하던 터였다. 금요일 밤 아내와 상에 둘러앉아 주보를 만들다가 밀린 우편물을 들췄고 그러다가 생활정보지를 보게 되었는데 자동차를 소개하는 면에 마침 관심있는 차가 소개되어 있었다. 

시골에서 살다 보니 비포장길을 갈 때도 있고 겨울엔 눈 때문에 고생하는지라 4륜구동이 가능한 차면 좋겠다 싶었다. 가격도 그렇고 이미지도 그렇고 코란도 훼밀리가 어떨까 생각했는데 마침 소식지에 그 차가 실려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를 들은 아내가 한번 전화를 해보지 그러냐 했다. 늦은 시간이지 싶어 망설이다가 전화기를 들었다. 두어번 신호가 가다 안 받으면 얼른 끊어야지 했는데 상대편에서 대번 전화를 받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단강과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었다. 

다음날 시내로 나가 전날 통화한 이를 만났다. 자동차 매매상을 하는 분으로 교인이었고, 단강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노라 했다. 96년식 차였지만 차는 안팎으로 깨끗했다. 시운전을 해보라 하여 운전을 해보니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6인승이라 하지만 더 타면 더 탈 수도 있을 것 처럼 차 안이 넓었다.  값도 많이 감해 준데다 등록 이전비까지 그분이 부담해 주기로 했으니 시골 목사를 위해 여러 가지로 배려를 해준 셈이 되었다.

 

아는 분이 전해 주신 귀한 정성이 큰 힘이 됐다. 부족한 사람을 사랑으로 바라보며 격려해주시는 마음이 늘 고맙다. 그분 앞에 내 삶을 돌아보면 송구함 뿐이다.  9년여 정든 차를 폐차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몰고 나가던 날, 아내의 눈에는 얼핏 물기가 고였고 아이들은 차를 향해 “차야, 잘가!” 하며 손을 흔들었다. 

새로 산 차로 바꿔타고 들어오는 길, 원주의료원으로 안 집사님을 모시러 갔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날, 입원했던 안 집사님과 아침에 같이 나온 안경순 할머니를 모시고 들어오기로 했다. 

원무과에 계신 정 집사님은 병원비 일체를 감해 주었다. 늘 큰 사랑의 빚을 지며 산다. 처음 타는 차에 퇴원하는 두 분을 모시게 되어 마음이 흐뭇했다. 무엇보다 그런 용도로 귀하게 써야 하리라 생각했던 터였다. 두 분도 목사가 차를 바꾼 것을 몹시도 기뻐하셨다. 처음으로 두 분을 태우게 되서 기쁘다고 하자, 안 경순 할머니가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했다. 

언젠가 다리 개통식이 있어 구경을 갔는데 다리를 처음으로 건너가는 시간. 두루두루 사람을 살피던 관계자들이 머리가 하얗게 센 장분이 할머니를 발견하고선 할머니를 제일 먼저 건너가게 했다는 얘기였다. 노인네가 제일 먼저 건너야 다리 수명이 길어진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릴 때였다. 

“목사님, 목사님이 이차 오래오래 아무 사고 읍이 잘 타시라구 오문서 내내 기도했어유.”

안경순 할머니의 축복이 고마웠다. 그래, 이래저래 나는 고마움 속에서 살고 있었다.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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