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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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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781. 우리는 얼마나 같은지
이가용 집사님이 단강을 찾아 오셨다. 미국 알래스카에 살고 계시다.부산 어머니를 뵈러 한국에 나온 김에 단강을 찾아오신 것이었다. 반년전쯤 낯선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우연히 단강마을 이야기가 적힌 책을 읽었다시며 언제고 한국을 방문할 때 찾아가도 좋겠느냐는 내용이었다. 언제라도 그러시라 답장을 보냈는데,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생각보다 빨리 허락이 되었다.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원주까지 와서 원주에서 충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귀래에서 내리는 집사님을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만났다. 초면이었지만 서너 명 손님 뒤에 내리는 집사님을 어렵지 않게 알아 볼 수 있었다.
초면에도 알아볼 수 있는 사람과 사람. 집사님은 어깨를 감싸 안으며 인사를 했다. 혼자 사셔서 그랬을까, 반백의 집사님은 차분하면서도 홀가분하게 느껴졌다. 생을 관조하는 이의 표정이었다.
마침 그날은 교회 김장을 준비하는 날이었다. 교회에 도착하니 여러 교우들이 김장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우들과 인사를 나눈 뒤 김희수 집사님네로 갔다. 김집사님도 좋다고 흔쾌하게 허락을 한 터였다.
늘 깨끗하게 사는 김집사님이지만 집사님은 멀리서 오는 손님을 위해 집안을 깨끗하게 치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다.방에 둘러앉아 김집사님이 준비해 낸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면! 김희수 집사님도 양쪽 보청기를 끼고 있는데 먼길 찾아 온 이가용 집사님도 양쪽 모두 보청기를 끼고 있었다. 자연히 화제는 보청기가 되었고, 집사님 두분은 보청기를 끼는 고충과 경험담 등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이도 불과 한살 차이, 정겨운 자매 같았다. 자꾸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참으로 드문 만남에 어쩜 이리도 닮은게 많을 수 있을까, 신기할 뿐이었다. 하룻밤을 잘 쉬고 다음날 새벽예배 같이 드리고, 김장 같이 담그고, 이가용 집사님은 단강을 떠났다.
"우린 얼마나 같은지
얼마나 다르지 않은지
마음속 감추인 냄새까지도"
대나무는 배과 식물, 도깨비바늘은 국화과 식물, 그 낯섬을 떠올리며 시인 황동규는 '우린 얼마나 같은지' 노래하고 있다. 겉모습이 아무리 다르다 해도, 정말이지 우린 얼마나 다르지 않은 것인지. (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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