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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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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03. 안개속 운전
여주동지방에서 사경회를 개최하였다. 그동안은 없던 행사를 김정권 목사님이 교육부 총무 일을 맡으면서 하게 되었단다. 낮에 학년별로 성경을 배우고 밤에 집회를 갖게 되었는데 삼일간 밤 집회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괜한 부흥사 흉내를 낼 필요는 없을듯 싶었다. 아니 흉내를 낼 자신이나 재주도 없었다.
사경회 기간 중의 집회니 성경을 차분하게 읽고 성경 말씀을 깊이 묵상하자, 허튼소리 집어치우고 성경이 말하게 하자, 생각을 그렇게 정하고 말씀을 준비했다. 어지럽고 어려운 시절, 주제를 ‘뉘우침과 돌아봄’이라 정했다.
함께 말씀 앞에서는 소중함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말씀을 깊이 묵상하는 일이 목회자가 지켜가야 할 가장 소중한 부분 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둘째날. 집회를 마쳤을 때였다. 밖으로 나와 보니 밤안개가 지독했다. 바로 앞이 잘 분간 안 되는 드문 밤안개였다. 깊은 밤안개를 본 목사님들이 오늘은 그냥 여주에서 자고 가는게 좋겠다고 했다. 여주에서 단강까지가 그리 멀지 않아 숙소를 따로 정하지 않은 채 집에서 다니고 있었다. 안개를 보아선 그게 좋겠다 싶었지만.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 단강을 찾기로 한 손님이 있었다.
읍내를 벗어나면 괜찮겠지하는 미음으로 길을 나섰는데 웬걸, 가도 가도 안개는 걷힐 줄을 몰라 그야말로 ‘오리무중’이었다. 차를 운전하는 일이 여간 조심스럽지를 않았다. 속도를 줄이고 비상 깜빡이를 켜고, 할 수 있는 한 고개를 창 쪽으로 붙이고 안개 사이로 희끗희끗 드러났다 사라지곤 하는 중앙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어둠 속을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안개 속을 뚫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것 같았다. 시간이 제법 걸려서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어둡고 어지러운 세월을 살아가는 삶의 모습 또한 안개 속을 뚫고 올 때처럼 그래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속도를 줄이고(때로는 멈추고, 비상 깜박이를 켜고(모든 촉각을 세워 깨어 있고), 중앙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창문 쪽에 대는(벗어나선 안될 길을 직시하는)일, 어둠 속을 지나는 생의 걸음 또한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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