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708. 최선을 다하는 삶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778 추천 수 0 2002.01.05 22:04:44
.........

□한희철1708. 최선을 다하는 삶

 

감리교 부흥단 연수원엔가에서 주최하는 체육대회에 다녀왔다. 전국의 각 지방이 참여하는 목회자 체육대회였다. 대회의 성격도 그렇고 시간도 그렇고 몸 상태도 그래 (흙벽돌을 찍고 말리는 일을 며칠 계속했더니 오른쪽 손목에 통증이 심했다. ‘작업 품’이라던가 찻잔을 들 때도 찌릿찌릿할 정도였다) 

참석 안했음 싶었는데 교역자 월례회에서 참석하기로 결정이 났다. 천상 배구에선 주공격을 맡아야 하는데 걱정이었다. 

몇 번 모여 연습을 하고 대회가 열리는 날 아침 일찍 모여 서울로 올라갔다. 올림픽 체육관에서 대회가 열렸다. 각 연회에서 내로라 하는 팀들이 제법 모였고. 뜨거운 열기 속에 대회는 진행되었다. 

이틀 동안 진행된 경기에서 우리(원주서지방)는 결국 우승을 했다. 조별 풀리그를 걸친 예선전 포함 전승을 기록한 우승이었다. 중간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지만 우승이 준 즐거움은 모두에게 컸다. 저녁을 먹을 때도 그랬고 내려오면서도 내내 얘기꽃이 되었다.

<원주불패> 원주지방은 지지 않는다는 작은 신화가 다시 한번 이 어진 셈이다. (언제부턴가 원주지방은 나가는 대회마다 우승을했다. ‘ 원주불패’란 말속에는 그런 자부심이 담겨있다) 

 

그동안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고 우승도 여러번 했지만 그중 인상적인 대회를 대라면 이태 전 첫번째로 열린 동문체육대회를 대고 싶다. 역시 전국대회였고 연회 대표팀이 참석하는 대회였던지라 만만치 않은 대회였다. 

대회를 며칠 앞두고 면 체육대회가 있어 마을 대표로 나갔는데 결승전을 벌이다 손가락을 크게 다치고 말았다. 블로킹을 하고 나니 손가락에 통증이 심했다. 보니 왼손 네 번째 손가락이 위로 젖혀져 있는 것이 아닌가, 내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손가락 마디가 위로 꺾여질 수가 있다니, 눈으로 보면서도 순간 믿어지질 않았다. 그 당황스러움이라니, 나는 아무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위로 꺾여져 올라간 손가락을 아래로 꺾어 폈고 경기를 계속했다. 티를 내는 것은 판을 깨는 것이라 여겨졌다. 경기가 끝났을 때 손가락은 말이 아니었다. 

시커멓게 변한 손가락이 퉁퉁 부어 있었다. 다음날 병원을 찾았더니 인대가 파열됐단다. 운동을 하면 안 되느냐 물었더니 “절대” 안 된단다. 며칠 뒤 큰 대회에 나가야 한다고 했더니 ‘주전선수’만 하라신다. ‘주전자만 들고 다니는 선수’ 박규래 선생님의 농에 웃었지만 속은 참담했다.

 

이야기를 들은 최목사는 대뜸 “다 틀렸군” 했다. 그러는 걸 그래도 나간다했다. 

대회가 열리던 날 아침. 가게에 들려 아이스크림을 사곤 아이스크림 막대를 세 토막 내어 다친 손가락에 대고 반창고로 감았다. 손이 그래갖고 무슨 시합이냐고 아내는 내내 질색 달색이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어디 좀 잘못돼도 그건 지불할만 한 의미가 있는 일이라 여겨졌다. 

그 상태로 출전한다는 말을 들은 최목사는 무릎에 진통제 주사를 맞고 올라왔고 이런 각오로 목회를 했다면 벌써 끝장이 나도 났을 거라는 농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시합을 했다. 

쉬운 경기는 없었지만 우린(동부연회) 끝내 우승을 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고 센터로 뛴 최목사, 손가락 인대가 찢어진 채 공격수로 나선 나, 친구로써 함께 출전한 대회에 악조건이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우승을 했다. 

시상식을 할 때 우리는 슬며시 코트를 빠져나와 차 한잔씩을 나눴다. 그때의 기분을 누가 알까. 

삶도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최선을 다하는 삶, 그런 삶이 결국 아름다운 삶 아니겠는가. 주어지는 결과란 그런 것에 비하면 결코 어깨를 맞댈 만큼 중요한 것이 아닐 터이고. 

(얘기마을199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7 이현주 줄여야 산다 이현주 2009-12-30 3776
3116 이현주 이쯤 돼야 이현주 2006-12-05 3777
3115 김남준 새사람의 살아남을 경험함 김남준 2007-07-28 3777
3114 한희철 1716. 한희철 2002-01-05 3777
3113 한희철 1714 한희철 2002-01-05 3777
3112 한희철 1713. 한희철 2002-01-05 3777
3111 한희철 1712. 한희철 2002-01-05 3777
3110 한희철 1711. 한희철 2002-01-05 3777
3109 한희철 1710. 한희철 2002-01-05 3777
3108 한희철 1709. 한희철 2002-01-05 3777
3107 이현주 호흡을 멈춘 순간 이현주 2007-02-10 3778
» 한희철 1708. 최선을 다하는 삶 한희철 2002-01-05 3778
3105 한희철 1692. 까치와 소 한희철 2002-01-05 3779
3104 김남준 구원은 개인적인 사건 김남준 2009-05-15 3779
3103 이현주 그가 늘 일등만 한 것은 혼자서 달렸기 때문이다. 이현주 2009-11-20 3779
3102 한희철 1687. 똥눠 한희철 2002-01-05 3779
3101 한희철 1685. 서울 초청 한희철 2002-01-05 3779
3100 한희철 1703. 주일저녁예배 한희철 2002-01-05 3779
3099 한희철 1701. 막막함의 두께 한희철 2002-01-05 3779
3098 한희철 1700. 효준이 한희철 2002-01-05 3779
3097 한희철 1699. 그렇겠구나 한희철 2002-01-05 3779
3096 한희철 1696. 햇살놀이방 한희철 2002-01-05 3779
3095 한희철 1695. 나물캐기 한희철 2002-01-05 3779
3094 한희철 1694. 딱한 일 한희철 2002-01-05 3779
3093 한희철 1693. 핸드폰 한희철 2002-01-05 3779
3092 한희철 1691. 아침의 소리 한희철 2002-01-05 3779
3091 한희철 1690. 꿈속에서 한희철 2002-01-05 3779
3090 한희철 1688. 이렇게 해두 저렇게 해두 한희철 2002-01-05 3779
3089 이현주 9경(經)-수신(修身) 이현주 2006-12-23 3780
3088 김남준 하나님의 영광에 대한 뜨거운 열망 김남준 2009-04-12 3780
3087 한희철 산 밖에 난 범이요, 물 밖에 난 고기라 한희철 2011-04-12 3780
3086 이현주 인생은 시험(test)이다 이현주 2011-04-22 3780
3085 한희철 1715. 한희철 2002-01-05 3780
3084 한희철 1707. 마을 사람들과 여행 한희철 2002-01-05 3780
3083 한희철 1697. 아무도 한희철 2002-01-05 378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