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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3. 교회 팻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2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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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43. 교회 팻말

 

서울교회에서 작실교회로 봉사활동을 다녀간 뒤에 달라진 것 중의 하나가 신작로 팻말이었다. 그동안 신작로 마을 입구엔 ‘단강교회’라는 팻말이 있어 마을을 서툴게 찾아 오는 이들에게 이정표 구실을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 작실교회가 단강교회 맞은편에 새로운 이정표를 달아 세웠다. ‘단강교회 300m’와 ‘작실교회 900m’ 작은 마을에 교회가 둘 있는 것도 민망스러운데 이번엔 교회 팻말이 신작로에 나란히 마주 보고 서게 되었다. 

그 앞을 지나다닐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다. 생각하다 단강교회 팻말을 내리기로 했다. 십여년, 마을 이정표 구실을 해온 팻말이긴 하나 그렇게 나란히 서있느니 차라리 우리 것을 거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 

사정을 모르는 교우들이 오해할까 보아 예배시간 광고 끝에 얘기를 했다. 대부분의 교우들은 고개를 끄덕임으로 공감을 표했다. 그러나 관리부장인 최집사님의 생각은 달랐다.

“목사님, 다시 달지요. 늘 있던 우리교회 표지판이 없으니 이상하고 허전해요.” 오랜만에 단강에 들린 친구 목사도 팻말 얘기를 했다. 

“단강교회는 쇠하고, 작실교회는 흥하는구만” 

오히려 팻말을 내리는 일이 티내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런 일이 경쟁심의 표현 아니냐 할지도. 감정적인 대응 아니냐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니다. 그냥 그게 옳겠다, 필요하겠다 여겨졌을 뿐 그 이상 다른 뜻은 없다. 조용히 민망함을 지워 내고 싶을 뿐, 우리의 부끄러움을 덮고 싶을 뿐. 

그러나 그도 저도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어느 날 보니 교회 팻말이 다시 걸려있었다. 최집사님이 다시 내건 것이었다. 다시 떼어내는 일은 또다시 어색한 일, 그냥 두기로 할 수밖에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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