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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 마을 사람들과 여행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780 추천 수 0 2002.01.05 22: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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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707. 마을 사람들과 여행

 

마을 사람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박종관씨, 변완수씨, 변학수씨, 김재용씨, 최태준씨, 정종화씨, 백광현씨 그리고 나. 모두 8명이었다. 내 차에 6명, 백광현씨 차에 2명이 나눠타고 1박 2일간 동해안을 거쳐 태백으로 돌아왔다. 

교인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여행을 한다는 것은 드물고도 낯선 일이었다. 언젠가 일을 같이 할 때 지나가는 말로 제의를 받았고 쉽게 ‘그러지요’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글쎄, 교회 목사가 교인이 아닌 마을 사람들과 여행을 나선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복잡하거나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고마운 초대임에 분명했다. 떡을 할까 밑반찬을 할까, 이발을 해야 하지 않나, 마을 분들은 며칠 전부터 마음이 들떴다. 마치 수학여행을 준비하는 학생들 같았다. 

“목사님이 알아서 하세요” 동해안 쪽으로 가자는 것이 결정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내게 맡겨졌다. 여행을 많이 해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길눈이 밝은 것도 아니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가볍게 떠나기로 했다. 

 

지난 봄, 작은형네 식구들과 동해안 쪽으로 한 바퀴 돌았던 일이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굽이굽이 몇굽인가 세며 대관령을 넘어 도착한 강릉, ‘경포대’에 들렀다가 참소리박물관으로 갔다. 옛물건들을 둘러보며 옛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좋은 곳이지 싶다. 곳곳에 진열된 신기한 물건들. 그리고 친절한 설명, 두어 시간이 금방 갔다. 초당두부로 점심을 먹고 허난설헌 생가를 찾았다.

집을 수리하는 공사가 한참이었다. 허난설헌 생가 옆에 있는 소나무숲. 젖가락처럼 미끈하게 솟아오른 소나무숲에 모두들 감탄을 했다. 한바퀴 산책하고 나와 바닷가로 나갔다. 산골사는 사람에게 바다는 언제봐도 시원한 곳이다. 마침 말이 끄는 마차가 있어 모두들 한 마차에 올라라 타고 한바퀴 유랑을 했다. 그 가벼운 흥. 

속초쪽으로 향하다 양양 낙산사에 들러 한바퀴 돌고, 의상대의 탁 트인 전망과 의상대를 의상대답게 하는 소나무 한 그루. 이른바 관음송. 

대포항에 들러 저녁으로 회를 먹었다. 막 오징어잡이 배에 환한 불이켜지는 저녁, 창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먹는 저녁은 여행의 분위기를 한껏 돋워 주었다. 

 

숙소인 대명콘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어둠이 다 내려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울산바위의 형상은 어둠과는 또 다른 빛깔로 드러나 있었다. 객실을 두 개로 정할까 하다 26평형 한 개를 정 했다. 방 두개와 거실, 충분하겠다고들 했다. 싱크대도 있고 가스불도 있고 목욕탕도 있는 콘도, 그 편리함에 감탄도 했다. 

밤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볼링을 치기로 했다. 백광현씨를 제외하곤 모두들 해 본적이 없는 운동, 하기야 시골에 사는 환갑 연배의 어른들이 언제 볼링을 해 볼 기회가 있었겠는가. 그래도 다 함께 볼링장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여행이 주는 가벼움 때문이었다. 

스탭이 엉기기도 하고 공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그래도 이따금씩 쓰러지는 핀, 잘하면 잘하는 대로 신이 나고, 실수하면 실수하는 대로 웃고, 유래한 시간이었다. 

늦은 시간 숙소로 돌아와선 재미 삼아 100원짜리 고스톱 단이 벌어졌고, 박종관씨와 난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새벽, 몇시나 되었을까. 벌써 거실에선 일찍 깬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언뜻 시계를 보니 다섯시가 못 된 시간이다. 날이 흐려 해돋이를 볼 수도 없을텐데. 

나오는 길에 이른 아침을 먹고 설악동으로 들어갔다. 권금성으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였다. 멀미를 안 할지. 무섭지 않을지 걱정들을 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비행기는 아니어도 그 엄청난 높이를 케이블카로 오르는 짜릿함. 

흔들바위에 올라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고 설악을 떠났다. 내려오는 길에 주문진항에 들러 장을 보았다. 꽁치도 사고 오징어도 사고 고등어도 사고 파래도 사고, 집 식구들을 생각하며 모두들 장을 보았다. 

“내 여행 다니면서 이런 거 사기는 처음이에유” 대부분 그러셨다.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서 갖게 된 부인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이었을까. 

정동진으로 가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잠수함도 보고 정동진에 들러 젊은이들 틈에 끼어보기도 했다. 추암 촛대바위의 아기자기한 자태에 감탄을 하고 삼척 환선굴로 향했다. 몇년전 환선굴 앞 너와집을 찾았을 때만해 도 더없는 오지였던 그곳이 막상 찾아가 보니 대단한 관광지로 변해 있었다. 왠 관광차가 그리많고 사람들도 많은지. 

 

환선굴은 대단했다. 수직 동굴이 갖는 엄청난 공간 규모가 그러했고, 아름다움을 둘러보기 위한 시설들도 인상적일 만큼 훌륭했다. 아직와 보지 못한 이들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곳이었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 황지에 들른 것이 마지막 코스, 한강의 발원지 검용소에 들리지 못한 것이 아쉬웠지만 벌써 저녁 시간이었다. 마침 근처에 있던 김종률 목사를 만나 잠깐 이야기를 하고 이내 길을 떠났다. 황둔에서 늦은 저녁을 먹고 집에 도착하니 밤11시. 

아주머니 들이 모두들 마중을 나왔다. “내 이적지 관광 많이 다녔지만 이번처럼 재미있고 좋았던적이 없어유” 인사로 하는 말이든 사실이든 고마운 말들이었다. 피곤했지만 내게도 좋은 시간이었다. 

좋은 이웃들, 나이도 다르고 세대도 다르고 종교도 다르고 사는 방식도 다르지만 흙 일구면서 흙과 함께 한 평생 살아온 사람들. 

내 삶을 기댈 수 있는 언덕이 더도 덜도 말고 이 좋은 이웃들이기를. 이 좋은 이웃들로 부터 낯설고 거북한 존재가 되지 않아 언제고 아무 조건 없이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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