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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42.도깨비풀
일부러 길을 나서지 않아도 곳곳을 다니다 보면 밤이 떨어져 있고, 그러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밤을 줍게 된다. 촘촘한 가시속에서 어찌 그리 윤기 나는 열매를 익혀낸 것인지, 밤을 줍는 마음은 이내 자연이 베푸는 은총을 누리는 시간이 된다.
밤을 줍다보면 어느샌지 옷에 달라붙는 것들이 있다. 도깨비풀이다. 끝에 갈코리 날이 두개 달린 걸쭉한 것들도 있고 상현달을 막 넘어선 달처럼 둥글게 생겨먹은 것들도 있다.
그것 또한 씨를 퍼뜨리려는 종족 보존의 몸부림이라 생각하면 귀찮은 마음이 싹 가시게 된다.
도깨비풀을 옷에서 뗄 때마다 황동규의 시가 생각난다. ‘대나무도 벼과(科)지’ 라는 시인데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다.
도깨비풀은 국화과 식물, 대나무는 벼과식물, 그 뜻밖의 사실을 확인하며 시인은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생김새 고향 달라도
우린 얼마나 같은가
얼마나 다르지 않은가
마음속 감추인 냄새까지도.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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