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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4. 산골 성탄절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289 추천 수 0 2002.01.05 22: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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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74. 산골 성탄절

 

성탄절의 본래 분위기는 ‘조용함’일 게다. 그런데 우리는 왜 자꾸 시끄럽고 화려한 ‘예루살렘’을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성탄절을 맞게 되었다. 

시골교회 형편상 화려함이나 ‘요란함’은 불가능한 일, 그렇다면 자연스레 ‘조용함’을 누리면 되지만 때마다 쉽지않은 건 ‘조용함’을 지나 ‘초라함’이 되는 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예배당 장식은 놀이방의 김경임 선생과 아이들이 맡았다. 누가 보아도 시골스러운, 그만큼 정겨운 트리가 예배당 앞에 세워졌다. 예배당 마당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선 아치형 구조물에 전구를 달았고, 구조물 한가운데 선 작은 십자가에도 전구를 둘렀다. 어둘무렵 불을 밝히니 어서 오라 반기는 듯 불빛이 영롱했다.

 

며칠 전부터 교우들은 장을 보았다. 집안 어른 생일에도 상을 차리고 사람들을 청하거늘 하물며 예수님 생일. 그냥 보낼 날이 아니다. 

만두 속을 만들고, 만두를 빚는 일이 그중 큰 일이다. 놀이방에 둘러 앉아 일을 하는데,그 모습이 그중 성탄에 가깝지 싶다. 

교우들만이 아니라 마을 아주머니들 대부분이 모여 만두를 빚는데, 그들이 이룬 원의 크기가 놀이방을 가득 채울 뿐더러 종일토록 이어지는 웃음소리들, 성탄이 저리도 푸근한 것이구나 대번 그런 마음이 든다.

만두를 빚는 손길 중에는 절에 다니는 분도있어 성탄이 얼마나 은총의 날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분도, 절에 다니는 분도 쌀을 한두말씩 전해 주어 떡하는데 보태라 하니 그처럼 고마운 일이 그처럼 귀한 일이 어디 흔하겠는가. 

올해는 내가 하고 싶다며 교회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교우가 자청하여 떡을 맡고, 아랫말 사람들이 다 교우집에 모여 떡을 만들고, 노인정에 떡을 보내 대접하기도 하니 명절도 큰 명절임에 틀림없다. 

멀리 호주에선 함유경 집사님 가정이 일찍부터 커피와 쵸코렛 등을 보내왔고, ‘얘기마을’ 가족 중 어떤분은 사탕으로 부케를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꽃모양으로 된 사탕이 얼마나 예쁜지 사탕을 빼먹기가 아까울 정도였고, 사탕을 먹는 것이 아니라 꽃잎을 따서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단강을 고향처럼 기억하는 분들이 멀리서 가까이서 단강을 찾았고, 특별히 용두동교회에서는 대형버스를 타고 청년들과 학생들이 찾 아 왔다. 

환한 불빛 아래 진행된 성탄축하행사, 아이들의 마음속에 빛나는 보석으로 남을 기억들, 모든 순서가 끝날 무렵 산타는 어김없이 나타 나고,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불러 칭찬하고 격려하며 선물을 주고 “내년에 다시 보자!” 인사를 하면 “산타할아버지 안녕!” 아이들의 메아리 예배당에 가득하고. 

10년이 넘도록 이 외진 마을 아이들을 위해 산타로 찾아오는 고마운 사람! 청년 때 시작한 일이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도록 이어지고 있다. 

가마솥에선 연신 김이 피어 오르고, 분주하게 만두국을 끓여 나르는 교우들. 단강을 찾은 손님중엔 나래불루버드(원주가 연교지인 프로농구) 최명룡 감독도 있어 운동을 좋아하는 이들은 싸인을 받기도 하고, 

모두가 돌아간 시간, 남은 사람들이 예배당에 둥그렇게 둘러앉아 차를 마시며 다시 얘기꽃을 피우면, 그렇게 곱고 아름답게 가는 산골마을 성탄절. 

산골에서 맞는 조촐하지만 환한 성탄의 밤, 이천년 전 그날 밤 베들레헴 작은 마을이 그러했겠듯이.(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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