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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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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73.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
여천에서 ‘말씀 잔치’ 집회를 마치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기우는 저녁이었다. 우리나라 곳곳을 다녀보지 않은 탓에 어디라도 서너 시간이면 가지나 했는데, 단강에서 여천은 정말 멀었다. 차를 바꿔 타느라 걸 시간도 있었지만 어림잡아 여덟 시간은 걸렸지 싶다.
집에 도착하니 저녁이 약속되어 있었다. 전날 안부를 물을 겸 전화 했을 때 아내에게 들었던 일이기는 했다. 취재차 내려온 <빛과 소금>의 한종호 목사님과 박정현 기자와 아내와 함께 윗작실로 올라갔다.
집배원으로 수고하는 이운근 씨의 초대였다. 무슨 특별한 날도 아닌데 저녁에 초대하다니, 사연이 궁금했지만 알 길이 없었다. 동행해도 괜챦냐고, 서울서 내려온 두 사람은 조심스러워했지만 시골 살림도 볼겸 괜찮다고 했다.
‘괜찮다’는 말을 내가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던 것은. 그만큼 이운근씨 네를 찾는 마음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었다. 날마다 우편물을 전해 주시는 고마운 분 시골 인심은 언제나 넉넉하여 두 사람 더 간다 하여 그것이 문제 될 리는 없는 일이기도 했다.
윗작실 맨꼭대기. 제법 큰 우사를 지나 이운근씨 네로 들어서니 먼저 와 있던 김남철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안방엔 벌써 상이 차려져 있었다. 서울 손님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눈뒤 한 상에 둘러 앉았다.
그제서야 이운근씨가 식사에 초대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어느날 생각해 보니 보건소장님네와 목사님네가 단강에 들어오신지 10년이 넘었드라구요. 그동안 동네를 위해 여러가지로 수고를 해 주셔서 늘 고마운데 10년이 넘도록 식사 한끼를 대접해 드리지 못했어요. 진작 마련해야 할 자리를 이제야 마련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뭉클했다. 훈훈한 기운이 몸과 마음으로 이내 퍼졌다. 아무날도 아니라 했지만 그날이야 말로 특별한 정말로 특별한 날이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데 그래도 같이 살아감을 고맙게 여겨 차린 저녁상. 상위엔 정성스레 준비한 음식이 가득했다.
“기도를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이운근씨 내외는 교회에 안 나오신다. 두 분의 마음에 감동되어 기도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두 분은 기꺼이 기도를 허락했다.
“하나님. 우리에게 이처럼 좋은 시간과 만남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가정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이게 뭔지 한번 알아맞춰 보세요.” 기도를 마쳤을 때 이운근씨가 우리에게 물었다. 접시에 담겨 있는 게 그게 무엇인지 알겠느냐 했다. 할절음 집어 먹어 보았더니 고기가 연한게 맛이 담백했다. 알아 맞춰 보라 한 것을 보면 쇠고기는 아닐 것 같은데 짐작되는 게 없었다.
“기러기예요. 기러기를 잡아 갈매기살만 따로 발라내었지요.” 집에서 기르는 기러기를 잡아 갈매기살만 따로 준비한 것이었다.
처음 먹어보는 것이었지만 준비한 분의 정성 때문인지 손이 계속 그리로 갔다. 준비한 것이 기러기만은 아니어서 보니 닭도 잡았고, 심지어는 떡까지도 준비를 했다.
정말 음식이 푸짐했다. “시골 인심이 정말 좋네요.” 서울서 내려온 손님들이 감탄을 했다.
“언제든지 오세요. 좋으시면 기러기 또 잡아 드릴께요.” 이운근씨가 손님들의 감탄을 넉넉하게 받는다. 밤이 제법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한 마을에서 살아 가는 이리도 즐겁고 고맙고 소중한 것임을 내내 마음속에 담으며.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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