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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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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40. 공연한 일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자. 한 두어달 전의 일이다. 주일 아침 예배에 모르는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사십대 중반의, 부부지 싶은 두 사람이었다.
교회 소식을 알리기 전 두 분께 소개를 부탁했다. 서울서 인근 마을로 내려온 부부라 했다. 우리는 따뜻한 박수로 그들을 환영했다. 예배 후 교우들과 다과를 나누며 새로 온 두분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분은 솔뫼 마을 마을회관 뒷편에 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노라 했다. 두 분 다 집사직을 가진 분들이었다. 장년층이 적은 우리로서는 두 분의 출석이 여간 반갑지를 않았다. 두 분은 그다음 주일에도 예배에 참석을 했고, 예배후 갖는 다과회에서도 교우들과 함께 어울려 이야기도 나누고 뒷정리를 하는 일도 돕고 했다. 처음 나온 서먹함을 나서서 쉽게 지워가는 모습이 참 미더웠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속에서 갈등이 생겼다. 두 분이 이사 온 곳 솔뫼마을은 이웃교회인 정산교회 선교구역인 곳이다. 도시에서야 집 앞의 교회를 두고서 먼 곳에 있는 교회를 다녀도 뭐랄 사람 없고 티도 안 날 일이겠지만, 시골은 다르다.
대개는 마을 단위로 교회가 있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마을에 있는 교회에 출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솔뫼서 나온 두 분이 우리에게 힘이 되고 반갑다고 해서 그냥 있어야할까, 아니면 정산교회로 출석하시라 권해야 할까, 두 분이 교회 나온 그날부터 시작된 생각이 갈등으로 번졌다.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하루 저녁 아내와 함께 두 분 집을 방문했다. 허름한 시골집을 허름한 채로 손을 보았는데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집 마당에는 솔뫼 사람 몇이 모여 술 한 잔씩을 나누고 있었고, 그중에는 두 분을 단강교회로 소개했던 이도 있었다.
새로이사 온 두분이 어느 교회를 나가면 좋겠느냐 물었을 때 단강교회를 소개했노라 했다. 잠깐 기도를 드리고 그동안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두 분이 우리 교회에 나온 것이 고맙고 힘이 된다. 하지만 목회자로서 두 분이 정산교회에 나가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 정산교회가 가깝고, 마을에 있는 몇몇 교인들도 정산교회로 나가고있으니 그분들과 함께 신앙생활 하시는 게 좋겠다. 오해하지 말고 들으시라’ 하며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런이야기를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를 하러 간다는 떠날 때의 생각과는 달리 막상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썰물처럼 허전하기도 했다.
“그래도 우리는 단강교회로 나가겠습니다.” 하면 “그럼, 그러시죠”하고 말하고픈 충동이 얼핏 지나가기도 했다. 서로에게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무척이나 송구한 이야기를 한 듯 다시 한번 오해 없기를 구한 뒤 돌아왔다.
두 분이 한 이야기는 “목사님 입장을 잘 알았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였다.
다음주일, 두 분은 우리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알아보지 않았다. 그 다음 주일도 마찬가지였다. 두 분의 모습은 안 보였다. 정산교회 목사님께 전화를 드려 두 분의 출석 여부를 여쭈니 새로 나온이가 없었다 한다.
그렇담? 걱정도 됐고 공연한 얘기를 했나 싶기도 했다. 내가 경솔했던 것 아닐까? 미숙했던 것일까? 내 교인보다는 ‘하나님 백성’이라는. 내 교회보다는 ‘주님의 교회’라는 생각을 앞세운다는 이유로, 내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두 분이 어려운 처지에 내려왔다는데, 그런 분들에게 다른 교회를 권하는 일이 ‘우리에겐 당신같은 이들은 필요없습니다’하는 말로 들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지친 몸으로 외롭게 집을 찾은 이들에게 다른 집을 권한 무례함은 아니었을까. 누구 말대로 좀 친해진 다음에 그런 얘기를 해도할걸 그랬나, 친해진다는 건 결국 붙잡는다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여러 가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참 뒤, 우연히 만난 부론장로교회 목사님을 통하여 두 분이 그곳에 출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행스런 일이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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