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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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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39. 두 할머니들
안갑순 집사님과 안경순 할머니가 여러날 동안 서울에 가 있다 다시 내려오셨다. 주일날안경순 할머니가 예배에 참석을 하여 알게 됐는데, 무슨 일인지 안경순할머니 안색이 안좋아보였다.
아내와 함께 귀래를 다녀오며 포도를 조금 사 가지고 집사님댁에 들렸다. 보건소 옆, 전에 신동희 집사님이 살던 집. 벌써 10여년이 지닌 일이지만 안집사님네를 들어설라면 이사간지 오래된 신집사님 생각이 난다. 이따금씩 전화를 걸더니 요즘은 한동안 소식이 없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생각을 한다.
“계세요?”
몇 번을 불러서야 인기척이 났는데 보니 두 분은 제각각 누워 있었다. 안집사님은 방에, 안경순 할머니는 부엌에 각각 누워있던 중이었다. 안경순 할머니는 얼굴이 더욱 수척해 있었다.
“그놈의 설사 때문이에유.” 서울 다녀와 음식을 잘못 먹은 것인지 계속 설사가 멈추지를 않는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한 동생 안집사님을 위해 그나마 언니인 안경순할머니가 꿈적거리며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을 돌보고 했는데, 이젠 언니마저 병이 나 두 분이 다 누워있는 것이었다.
옅은 웃음으로 언니가 하는 이야기를 가만 듣고 있는 안 집사님, 마치 두 분은 엄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어리디 어린 자매 같았다.
“두분 다 아프시니 어떻게 살아요?” 걱정을 하며 물었더니 “옆의 보건소장님이 참참이 다녀가요. 와서 어디 아프지 않나. 혈압도 재주고 약도 챙겨주고 필요한 것 없나 살펴보기도 하고, 보건소장님 없었으면 우린 벌써 죽었을거예요.”
두고두고 보건소장님의 은혜를 고마워하신다. 그래, 그게 사랑이고 그게 동네였다. 서로의 안부를 때마다 묻고 서로의 형편을 사랑으로 살피는 것, 그것이 함께 사는 것이었다.
나오는 길, 보건소에 들렸더니 유보비 집사님이 배를 깎아 주신다. 아침에 들렸더니 이때문에 먹기 어렵다며 안 집사님이 전해 주신 것이란다. 어디 이 때문이었을까, 때마다 갖는 사랑이 고마워 이를 이유 삼아 전한 것이겠지. 사랑이 가득 담긴 귀한 과일을 맛있게 나누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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