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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3. 참새 목욕탕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2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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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33. 참새 목욕탕

 

밖에 나갔다가 예배당으로 들어서다 보니 우르르 참새 떼들이 날아오른다. 미끄럼틀로, 개나리 가지 위로 날아오르는 참새들의 수가 여간이 아니다. 

하기야 방앗간이 옆에 있어 참새들이 흔하지만, 막 날아오른 참새떼는 흔하게 보던 모습이 아니었다. 동네 참새가 다 모인 듯. 함박눈이 쏟아지는듯 새까맣게 보였다. 

어쩐 일일까, 누가 쌀이라도 한 포대 흘린 것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참새들이 앉았던 자리로 가보니, 아. 그곳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번 일이 있어 모래를 샀는데, 일하고 남은 모래를 마당에 그대로 뒀었다. 

모래는 금방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 너도 나도 모여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다오” 저마다 집을 짓고 굴을 파며 신나게들 놀아 쌓아 놓은 모래는 부침개처럼 쉽게 납작해졌다. 

참새들이 앉았던 곳도 모래였는데, 가서 가만 보니 모래 위엔 동그랗게 파인 자국이 옹기종기 나 있었다. 팽이로 도장을 찍은 듯. 꼭 팽이 모양으로 파진 자국이 모래 위에 허다했다. 참새들이 모래 위에 내려 모래 목욕을 한 자국이었다. 

늦여름의 뜨거운 볕이 맘 놓고 쉬는 조용한 예배당 마당, 모래 위에 모여 모래를 뒤집어 쓰며 까르르 까르르 목욕을 한 참새들. 

예배당 마당에 펼쳐 놓은 모래가 참새들의 공동 목욕탕이 될 줄이야. 동그랗게 동그랗게 파인 모래 자국들의 앙증맞음. 문득 마음속에 모래 자국과 같은 샘 구멍이 뚫리고, 스미듯 맑게 솟는 상큼함이라니.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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