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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1. 여름성경학교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5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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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31.여름성경학교

 

성경학교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올해도 용두동교회 선생님들이 내려와 수고를 하기로 했다. 전날 내려와 여러가지 준비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데, 시간이 지나도록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다. 원래 적은 아이들이지만 적다보니 보이지 않는 얼굴이 누구인지 대번 알 수 있었다. 알고보니 학교에 의료봉사 활동 온 곳으로 치료 받으러 간 아이가 몇 명 있었다. 

못 온 아이들 얘기를 하며 엉뚱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마침 작실교회도 같은 날짜에 성경학교를 하고 서울의 큰 교회에서 대대적인 봉사활동을 하러 내려왔다는데, 전날 작실교회로 봉사활동을 하려 온 이들이 섬뜰, 끝정자 아이들을 찾아와 사탕을 묶어 만든 목걸이를 주며 성경학교에 오라 했다는 것이었다. 

작은 마을에 교회가 둘 있게 된 것 자체가 덕스러운 모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적지 서로가 어색한 일은 없었던 터였다. 

그런데 이곳까지 내려와 아이들에게 참석을 권했다니, 의아스러웠다. 마침 봉사활동을 마을 방송을 통해 알리고 돌아가는, 서울서 내려온 젊은 목사를 교회 앞에서 만나게 되었다. 성경을 배우는 것은 좋으나 아이들이 선물을 따라 교회를 왔다 갔다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겠다 싶어 잠깐 얘기를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사정을 몰랐노라 했다. 

 

둘째 날인가, 아이들 몇 명이 작실교회를 다녀왔다. 묻지 않아도 아이들이 입고 있는 옷을 통해 알 수 있었다. 

IMF의 고통에 동참하는 의미로 성경학교 선물을 따로 마련하지 않은 우리와 달리 작실교회에서는 선물을 넉넉히 준비한듯 싶었다. 철모르는 아이들은 작실교회에서 준 옷을 자랑스레 입고 왔고, 그 옷을 입은 아이들을 바라보는 아이들 눈엔 부러움이 없지 않았다. 작은일처럼 보였지만 혼란스러웠다. 절개를 지키느냐 선물을 타느냐, 아이들이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아 안스럽고 속이 상했다. 

저녁에 선생님들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가지 얘기가 오갔다. 끝까지 하지 말자는 얘기도 있었지만 그런 일이 아이들 기를 죽일 수 있고 자칫 선물 따라 교회를 오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이 앞서 없던 선물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음날 원주로 나가 흰색 티셔츠와 옷에 그림을 그릴수 있는 염료 물감을 사 아이들 스스로 그림을 그리게 했다. 어수선하고 민망스런 성경학교가 되고 말았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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