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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4. 딱한 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779 추천 수 0 2002.01.05 22: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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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94. 딱한 일 

 

하마트면 광철씨가 얼어 죽을 뻔했다. 나무를 하러 산에 갔다가 지게를 지고 넘어져 산에서 꼬박 밤을 보냈다. 아침 일찍 전화를 한 건 한효수씨 였다. 

새벽에 산에 올랐다가 논바닥에 쓰러져 있는 광철씨를 발견했는데 상태가 몹시 안 좋다고 했다. 다행히 간밤의 날씨가 풀렸다고는 하지만 아직 동짓달, 얼음 위에 쓰러져 밤을 꼬박 새웠다니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서둘러 작실로 올라가 보니 저만치 네 사람이 들것에다 광철씨를 실어오고 있었다. 축 늘어진 들것, 가슴이 철컥 내려 앉았다. 

서둘러 마을회관으로 들어가 상태를 살피니 형편없는 모습, 그래도 숨은 쉬고 있었다. 동네 사람 몇이 서둘러 옷을 챙겨왔고 서둘러 옷을 갈아입혔다. 

얼음 위에서 새워 옷이 다 젖어 있었다. 광철씨 몸은 장작처럼 굳어있었고 추위로 온몸이 덜덜 떨고 있었다. 벗겨도 벗겨도 옷이 나왔다. 양파 같았다. 그렇게라도 옷을 껴입었으 망정이지 그렇잖았으면 싸늘한 몸으로 만날 뻔했다. 

같이 옷을 갈아 입하는 병철씨가 연신 “주여, 주여.” 했다. 염을 하듯 옷을 다 갈아입혔을 때쯤 보일러를 돌린 회관 방바닥이 따뜻해져 왔고 이필로 권사님이 가져온 이불속에서 광철씨는 잠에 빠져들었다. 

얼음이 언 논바닥에 쓰러져 잠든 채 밤을 새운 광철씨도 그러하고, 광철씨를 찾지도 않고 잠든 아버지 박종구씨와 동생 남철씨. 모두가 어이없는 딱한 일이었다. 

여러 날 동안 몹시 춥던 날씨였는데 그래도 간밤 날이 푹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얘기마을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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