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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7. 못생겨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4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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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27. 못생겨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삐리리릭’ 서재에 앉아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받아보니 막내 규영이였다. 

“엄마 거기 있어요?” 규명이는 엄마를 찾았다. “왜. 엄마가 필요하니?” 물었더니 “아니요. 없으면 됐어요.” 하며 끊으려 했다. 요즘 규영이는 한창 귀여움을 떤다. 아이만이 할수있는 아이다운 말로 웃음을 선사 하곤한다.

“아니야. 엄마 여기 있다. 바꿔줄께.” 차를 마시고 있던 아내가 인터폰을 받았다. “ 엄마 거기 있구나. 알았어요.” 녀석은 가끔씩 심심하면 서재로 올라와 자기도 차를 타 달라고 한다. 한동안은 쑥차를 마셨는데, 쑥차가 떨어진 뒤로는 땅콩차에 맛을 들였다. 

배가 살살 아파 화장실에 가 앉았는데 누가 문을 두드린다. “네 -” 대답했더니 “으-응? 아빠 여깄었어요?” 규영이였다. 서재로 가기전 화장실에 들린 모양이었다.

“그래. 여기 있었다.” 

“이상하다. 서재에서 전화 받았잖아요?” 금방인터폰으로 통화한 아빠가 당연히 서재에 있는 줄 알았는데. 화장실에 들어앉아 있으니 놀랄 만도 했겠다. 

“한번 서재로 가봐, 거기에도 아빠가 있을지 모르잖아.” 규영이는 놀라 서재로 달려갔다. 한참 뒤에 내려오는 품이 아마도 엄마한테서 차 한잔을 얻어 마신 모양이었다. 

 

녀석은 또 화장실 문을 두들겼다. “왜 그래?” “아직 멀었어요? 나 급하단 말예요”

다급한 목소리였다. “옆에서 누면 되잖아.” 했더니 “안돼, 거기는 안 된단 말예요.”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녀석은 아무리 급해도 여자 화장실은 들어가려 하지를 않는다. 할 수 없이 빨리 일을 마치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 들어간 녀석을 나는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마침 화장실 앞 봉숭아꽃이 핀 곳에 이상하게 생긴 벌레가 있었는데 꼭 꽃뱀 대가리 같이 생긴 애벌레였다. 그놈도 보여 줄 겸, 벽에 기대섰다가 나오는 녀석을 놀라게 할 겸 기다리고 있는데 녀석은 쉽게 나오질 않았다. 

얼마쯤 지나자 노래를 불러대기 시작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는 흥얼흥얼” 그야말로 콧노래였다. 냄새가 지독하다고 도시에서 봉사활동을 온 청년들은 변비에 걸릴망정 들어가기를 피하는, 화장실 들어갔다 나오는 얼굴 표정들이 꼭 화생방 훈련을 하려고 개스실에 들어갔다 나오는 군인들 같은 표정으로 나오곤 하는 화장실 안에서 규영이는 신나게 노래를 불러댔다. 

 

“돈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힘으로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거듭나야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믿음으로 가는 나라 하나님 나라. 막 착해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잘 생겨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냄새나는 화장실에 쭈구리고 앉아 똥을 누면서도 뭐가 그리 신나는지 규영이의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밖에 몰래 숨어 있던 나는 녀석의 노래를 듣다 말고 하마트면 쉽게 들키고 말 뻔했다. 노래를 부르던 녀석이 엉뚱한 노랫말을 보탰기 때문이었다. 이래도 못가고 저래도 못가고 거듭나야 천국에 갈 수 있다는 노래를 생각나는 대로 부르던 녀석의 노래 속에 엉뚱한 가사가 튀어나왔다. 

‘못생겨도 못 가요. 하나님 나라’ 

못생겨도 못 간다니? 난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을 겨우 겨우 참을 수가 있었다. 

스스로도 가사가 이상했던지 잠시 노래를 멈췄던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노래를 이어갔다.

“어여뻐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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