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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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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26. 극복해야 할 주저함
은옥이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되지 않나 싶어 보건소장인 유보비 집사님께 형편을 물었다. 집사님은 지금 은옥이의 생활을 여러모로 보살피고 있다. 딱한 이들과 고마운 이들, 그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이 마을이지 싶다.
집사님 이야기가 뜻밖이다. 은옥이 보다도 더 급한 곳이 있다는 얘기였다. 조귀농마을의 은섭이네. 몇 년 전 젊은 가장이었던 은섭이 아버지가 농약으로 스스로 세상을 등진 뒤, 빚과 함께 기울대로 기운 집안 살림을 어렵게 꾸려오던 은섭이 어머니가 집을 나간 지 서너 달이 된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선교구역이 아니지만 매래 산모롱이를 지나 바로 우리와 붙어 있는 이웃 마을, 전혀 그런 소식을 모른 채 지내오고 있었다.
계속 들에서 지내 까맣게 탄 얼굴이지만 그래도 웃음 잃지 않으려 했던 은섭이 어머니 얼굴이 훤하게 떠올랐다.
얼마나 힘겨웠으면 그렇게 떠났을까. 얼마나 막막했으면 떠나고 말았을까. 노시부모님. 중학교에 입학한 두 딸, 그는 지금 어느 하늘 아래 짓누르는 마음 어떻게 견디며 살고 있을까.
은섭이 자매와 노부모는 어떻게 살고 계신 것인지. 그러나 은섭이네 얘기를 들은지 제법 되도록 찾아보질 못했다. 극복해야 할, 마음의 발목을 붙잡는 이 주저함이라니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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