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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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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58. 외로운 사람
광철씨 만큼 외로운 사람이 곁에 또 있을까. 광철씨는 시간이 되면 찾아와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이따금 시내를 다녀올 때도 집으로 가기 전 교회에 들러 이야기를 하고, 수요일 저녁이나 주일 저녁, 예배를 마치고 남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잔치가 있어 다녀올 때도 집보다는 교회에 들러 이야기를 나눈다.
“제가 왜 들렸냐 하문요” 주저주저 시작된 이야기는 끝모르게 이어져 간다. 지난번 외갓집에 가 시내교회에서 예배를 드렸을 때 있었던 일, 예배를 마치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때 사람들이 교회 이름과 목사님 이름을 물어 교회 이름은 댔지만 목사님 이름은 끝내 말하지 않았다는 얘기, 어떻게 내가 목사님 이름을 댈 수가 있느냐며 끝까지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는 얘기.
마음속으로 뭘 갖다 드리고 싶은데 갖다 드릴 게 없어 미안하다는 얘기, 하지만 필요한 게 있어 이야기 하면 있으면 갖다 드리겠다는 얘기. 일하다 꽃이 있어 꺾어온 얘기. 광철씨 얘기는 그렇게 외롭고 끝이없다.
지난주일 저녁이었다. 저녁예배를 마쳤을 때 뒤에 남았던 광철씨가 다가와 물었다.
“왜 목사님 광고하신거 청년관에서 한다는 합동결혼식이 언제죠?”
“글쎄요. 이달 말쯤일걸요?”
“목사님 저두 거기 가면 안 될까요?” 참으로 조심스럽게 광철씨가 물었다.
“왜요?” 난 정말 광철씨가 왜 그렇게 묻는지를 몰랐다.
“저두 거기 가서 결혼하면 안될까 싶어서요.” 광철씨는 합동결혼식을 사람까지 주선시켜 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광철씨에게 합동 결혼식에 대해 설명을 할 때 마음이 아렸다. 마음 깊아 송구스럽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해마다 결혼식이 있으니까 언제든 좋은 사람 생기면 할 수 있을거라 이야기를 했다.
“빨리 결혼을 해서 자식두 낳아야 할 텐데요, 아들 둘에 딸하나 두었으면 좋겠어요. 제게 남은 소원은 그거 하나에요.”
교회 앞 어둠 속에서 말하는 광철씨의 남은 소원. 광철씨 만큼 외로운 사람이 곁에 또 있을까.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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