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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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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56. 석화 구워 먹으며
놀이방 어린이들과 서해안을 다녀오던 날이었다. 제부도에 가 석화(굴)를 비료부대로 한부대 따가지고 왔다. 마땅히 잡을게 없는데다 지천에 널린게 굴이었다.
저녁까지 먹고 떠나 늦게야 단강에 도착했는데, 도착해 보니 놀이방 부모들이 모두 모여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모두들 돌아갔는데 잠시 후 병철씨가 교회로 왔다. 굴을 좀 달라했는데 보니 재철씨 집에 동네 젊은 사람들이 거반 다모여 있었다.
담배 벌크 앞 백열전구 아래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석화를 구워 먹으며 술 한잔씩을 하려는 것이었다. 석화가 무엇 대단한 것이랴만 산골 사는 사람에게 바닷것은 대하기 드문 것이었다.
부스터 위에 석화를 올려놓으니 타닥타닥 껍질이 튀며 비릿한 냄새가 퍼졌다. 그 냄새가 싫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석화의 틈이 벌어지고 칼로 틈새를 벌려 굴을 꺼내선 마련한 고추장에 찍어 먹는데, 익는 게 더뎌선지 쉬 먹기가 아쉽게 느껴졌다.
한 바가지 퍼간 석화가 이내 동이 났다. 다시 병철씨와 교회로 와 한 바가지 석화를 담아 놔두고 아예 부대 째 내려보냈다. 석화를 구우며 술 한 잔씩을 기울이며 늦은 밤 백열전등 아래서 나누는 이야기들, 그들의 모습은 한없이 정겨웠다.
마침 사진기에 필름이 한 장 남아 있어 그 모습을 찍었는데. 나중 인화해 보니 그럴듯 했다. 백열전등 아래 둘러앉은 모습이 희미했지만 무척이나 환하게 느껴졌다.
가슴속의 어둠 서로가 지워내며 한데 모인 정겨움!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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