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한희철1621. 인우재의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자리에 눕다가 다시 일어났다. 잠에 대한 질긴 유혹, 언제나 홀가분히 벗어 버릴 수 있는 건지. 아내와 아이들은 운동을 한다고 초등학교로 가고, 나는 거꾸로 작실로 올라왔다.
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시간을 잊고 잠에서 깨어나는 동네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다.
허술한 옷차림에 흰색 고무신, 몸도 마음도 참 편하다 길가 풀섶에 노랗게 피어난 달맞이꽃들. 햇빛이 눈부신 한낮엔 저 환한 웃음 다 거두어들이면서도 이슬 머금고는 어찌 저리 맑고 당찬지. 수줍은 처녀가 참사랑 앞에 거침없이 환하듯 달맞이 꽃은 청초하고도 해맑았다.
바지 자락을 다 적시며 벌써 논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이도 있고, 약통을 메고 밭으로 가는 이도 있다.
이 이른 시간, 벌써 하루 일은 시작이 되고 있었다. 아직 깊은 잠에 빠진 듯 조용한 인우재, 아침 이불을 개듯 산안개는 저만치 산등성이로 물러섰는데 인우재는 더없이 조용하기만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까치들의 요란함과 수풀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들의 재잘거림. 나무가지 사이로 날아드는 꾀꼬리의 노란털, 그가 쏟아 놓는 구술 같은 노래. 멀리서 반복되는 뻐꾸기 소리. 그리고 실개울 따라 흐르는 개울물 소리.
인우재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빛과 함께 소리였다. 마루에 걸터앉아 가만 앞산을 바라본다. 언제 바라봐도 넓고 따뜻한 품이 그대로인 산, 산은 여전히 큰 팔을 벌리고 반갑다고 정겹게 나를 받는다.
기둥과 서까래 사이, 어찌 그리 으슥한 곳 은밀한 곳을 눈여겨 두었는지 인우재 한켠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친 암갈색 작은새 한쌍이 연신 모이를 물어 나른다. 비록 날것이라 하나 내집 허물없이 깃들어 사는게 있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기 그지 없다. 일부러 새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때론 바라보지 않는 것이 배려일 수가 있다. 이런 외진 곳,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것은 저런 무심한 자연의 벗들 덕이다.
참으로 선선하고 맑은 시간.
무릎 꿇어 말씀도 읽고 묵상도 하고 마당 풀도 좀 뽑고 내려가리라. (얘기마을1998)
|
|
|
|
|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
최신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