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621. 인우재의 아침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4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

□한희철1621. 인우재의 아침

 

새벽예배를 마치고 돌아와 자리에 눕다가 다시 일어났다. 잠에 대한 질긴 유혹, 언제나 홀가분히 벗어 버릴 수 있는 건지. 아내와 아이들은 운동을 한다고 초등학교로 가고, 나는 거꾸로 작실로 올라왔다. 

차도 있고 오토바이도 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시간을 잊고 잠에서 깨어나는 동네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다. 

허술한 옷차림에 흰색 고무신, 몸도 마음도 참 편하다 길가 풀섶에 노랗게 피어난 달맞이꽃들. 햇빛이 눈부신 한낮엔 저 환한 웃음 다 거두어들이면서도 이슬 머금고는 어찌 저리 맑고 당찬지. 수줍은 처녀가 참사랑 앞에 거침없이 환하듯 달맞이 꽃은 청초하고도 해맑았다. 

바지 자락을 다 적시며 벌써 논을 한 바퀴 돌고 오는 이도 있고, 약통을 메고 밭으로 가는 이도 있다. 

이 이른 시간, 벌써 하루 일은 시작이 되고 있었다. 아직 깊은 잠에 빠진 듯 조용한 인우재, 아침 이불을 개듯 산안개는 저만치 산등성이로 물러섰는데 인우재는 더없이 조용하기만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새소리. 까치들의 요란함과 수풀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새들의 재잘거림. 나무가지 사이로 날아드는 꾀꼬리의 노란털, 그가 쏟아 놓는 구술 같은 노래. 멀리서 반복되는 뻐꾸기 소리. 그리고 실개울 따라 흐르는 개울물 소리. 

인우재의 아침을 깨우는 것은 빛과 함께 소리였다. 마루에 걸터앉아 가만 앞산을 바라본다. 언제 바라봐도 넓고 따뜻한 품이 그대로인 산, 산은 여전히 큰 팔을 벌리고 반갑다고 정겹게 나를 받는다.

기둥과 서까래 사이, 어찌 그리 으슥한 곳 은밀한 곳을 눈여겨 두었는지 인우재 한켠에 집을 짓고 새끼를 친 암갈색 작은새 한쌍이 연신 모이를 물어 나른다. 비록 날것이라 하나 내집 허물없이 깃들어 사는게 있다는 것이 반갑고 고맙기 그지 없다. 일부러 새에게 눈길을 주지 않는다. 때론 바라보지 않는 것이 배려일 수가 있다. 이런 외진 곳,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것은 저런 무심한 자연의 벗들 덕이다. 

참으로 선선하고 맑은 시간. 

무릎 꿇어 말씀도 읽고 묵상도 하고 마당 풀도 좀 뽑고 내려가리라. (얘기마을199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7 이현주 파도 그래프 이현주 2010-01-17 5468
106 이현주 어디"가 따로 없다.(눅9:57-58) 이현주 2011-02-15 5476
105 홍승표 [김남주] 옛 마을을 지나며 홍승표 2001-12-23 5544
104 한희철 1614. 제초제 한희철 2002-01-05 5592
103 한희철 1613. 장로감은 다르네 한희철 2002-01-05 5592
102 한희철 1652. 어쩔건가 한희철 2002-01-05 5592
101 한희철 1651. 메모지 한희철 2002-01-05 5592
100 한희철 1650. 시골 인심 한희철 2002-01-05 5592
99 한희철 1649. 거룩함 한희철 2002-01-05 5592
98 한희철 1648. 신발 한희철 2002-01-05 5592
97 한희철 1647. 집짓기 한희철 2002-01-05 5592
96 한희철 1646. 고구마 이삭줍기 한희철 2002-01-05 5592
95 한희철 1644. 때로 잠 깨어 한희철 2002-01-05 5592
94 한희철 1643. 교회 팻말 한희철 2002-01-05 5592
93 한희철 1642. 도깨비풀 한희철 2002-01-05 5592
92 한희철 1641. 정겨움의 끈 한희철 2002-01-05 5592
91 한희철 1638. 개발짝나물꽃 한희철 2002-01-05 5592
90 한희철 1637. 황홀한 빛깔 한희철 2002-01-05 5592
89 한희철 1633. 참새 목욕탕 한희철 2002-01-05 5592
88 한희철 1632. 빛나는 쟁기 한희철 2002-01-05 5592
87 한희철 1630. 교회 가셔야지유 한희철 2002-01-05 5592
86 한희철 1626. 극복해야 할 주저함 한희철 2002-01-05 5592
85 한희철 1624. 즐거움 한희철 2002-01-05 5592
84 한희철 1620. 날개라도 있으믄 한희철 2002-01-05 5592
83 한희철 1617. 자전거 한희철 2002-01-05 5592
82 한희철 1645. 촛대 한희철 2002-01-05 5593
81 한희철 1639. 두 할머니들 한희철 2002-01-05 5593
80 한희철 1636. 작은 시골 예배당 한희철 2002-01-05 5593
79 한희철 1635. 새벽기도 시간 한희철 2002-01-05 5593
78 한희철 1622. 화분 두어개 한희철 2002-01-05 5593
77 한희철 1615. 책상 서랍 속 새 한희철 2002-01-05 5593
76 한희철 1634. 속 마음 한희철 2002-01-05 5594
75 한희철 1629. 수재민과 결혼반지 한희철 2002-01-05 5594
74 한희철 1627. 못생겨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한희철 2002-01-05 5594
» 한희철 1621. 인우재의 아침 한희철 2002-01-05 559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