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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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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73.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어디 오르는 게 한두가지입니까만 기름값도 겁나게 올랐습니다. 시골에서의 겨울이야 한철 푹 쉬는게 일인데 요즘은 모두가 편치를 않습니다. 당장 기름 마련하는 일이 큰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이 시골까지 죄 구들을 뜯어내고 보일러를 놓았는데 어느날 부터인가 기름이 ‘벼락으로’ 오르고 만 것입니다.
육만 몇천원에 한드럼 넣던 것이 이젠 십이만 몇천원이 되고 말았으니 거반 배가 오른 셈입니다. 시골집 대부분이 단열처리가 제대로 안되 아무리 아껴 때도 한달에 두 드럼 이상씩은 때는데 두드럼이면 이십오만원, 한 달에 기름값으로만 이십오만원을들여야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은 애들이 다녀가며 용돈이라구 주는거 잘 움쳐놨다 기름값으로 쓰곤 했는데 이젠 어림두 없게 됐어유.”
“이젠 면세유도 읍서진대니 도대체 시골서 으특케 살란 말이에유.”
“맨날 텔레비만 껴안고 살면서 왜 기름값 오른다는 소리는 못 들었느냐고 영감을 핀잔줬지만. 밤새 버쩍 올랐으니.... ”
“이럴 줄 알았으면 아궁이를 안 메우는 건데 그랬어유. 보일러를 깔아두 구들 위에 그냥 깔을걸 뭘하러 다 메우고 깔았나 몰라. 내년봄엔 보일러 다시 뜯어내구 구들을 놔야겠어유. 그나저나 이제 구들이 어디 있어야지.”
“안방은 얼지 않을 정도루 놔두고 겨울철엔 사랑방으로 나와 불 때구 살아야겠어유.”
저마다, 집마다 비명입니다. 그나마 날이 따뜻해 큰 부조를 하지만 그래도 겨울은 깁니다. 값은 내리고 잘 팔리지도 않아 곡간에 쌓아둔 곡물이 제법인데 이 겨울을 어찌 나야 하는 건지.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가 ‘속 타는’소리로 들립니다.
‘편하게 살려고 했던 것이 결국은 어리석은’ 일이었음을 뒤늦게 깨닫지만, 뒤늦은 후회를 어떻게 돌릴 수 있는 건지 모두들 막막하기만 합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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