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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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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67.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큰일 났단 말이에요.”
뭔가 다급하게 큰 소리로 말을 하는데 처음엔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은주엄마 말투가 워낙 불분명하고 목소리는 커서 평소에도 잘 알아듣기 힘든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은주엄마의 목소리는 몹시 흥분되어있었다. 좀 천천히 말해 보라고 몇 번을 진정시켜서야 겨우 말뜻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은주엄마는 은주가 피를 흘리고 있다고 했다. 피를 흘리다니? 어디를 어떻게 다쳐 피를 흘리나? 이 저녁때 은주가 다쳤으면 병원으로 데려나가야 하는 걸까? 순간적으로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은주엄마는 아이가 피를 흘리니 본능적으로 불안했던 모양인지 거의 울부짖듯이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다시 차근차근 얘기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중학교에 올라간 은주가 첫 생리를 한 것이었다. 중학생이 되었으면 생리를 할만한 나이가 되었건만, 생리를 하는 아이도 아이의 엄마도 그걸 모른 채 모두가 피를 보고 기겁을 한 것이었다.
당연한 걸 몰랐다면 서로가 얼마나 놀랬을까. 이야기를 알아차린 아내가 얼른 필요한 것들을 챙겨가지고 은주네로 갔고,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은주 언니 은옥이가 있어 은옥이에게 잘이 야기를 하고 왔다.
웃고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다. 은주가 생리를 시작했다는 건 아이를 가질 수도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셈인데 은주도 은주 엄마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으니 이 딱한 노릇을 어쩌라.
막막함이... 막막하게 두께를 더하는 순간이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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