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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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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62. 나무에게 미안한 날
농구대를 가져오던 날, 곧바로 농구대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미루면 언제 하게 될지 모르지 않냐며 농구대를 실어 온 재성이 아버지가 세우는 일까지 나섰습니다.
구덩이를 파는 동안 재성이 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고 가 모래와 자갈을 파왔습니다. 방아를 찧고 있던 승학이 아버지가 트랙터를 가지고 와 일을 거들었습니다. 서로서로 힘을 합하니 농구대 세우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농구대를 다 세운 뒤에 재성이 아버지가 얼른 집으로 가더니 작은 농구골대를 가져왔습니다. 놀이방 어린이들을 위하여 진작부터 달아 줘야 했던 농구골대였습니다. 마침새로 세운 농구대 옆에 느티나무가 있었고 높이도 적당했던 지라, 가지 하나를 잘라내고 놀이방 어린이들을 위한 농구골대를 느티나무에 달기로 했습니다. 못 몇 개를 박으니 그런대로 아이들 놀기에 적당한 농구대가 되었습니다.
막 일을 마쳐 갈 때였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일하는 모습을 본 김재용씨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산 나무에 못질하는 거 아니여!”
그냥 농삼아 하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김재용씨의 말투는 나직했지만 분명했습니다.
하기야 우리도 일을 하면서, 톱질을 하기도 하고 못질을 하기도 하니 나무가 못 견뎌 하겠다며 일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말을 못할 뿐이지 나무 역시 살아 있는 생명체, 함부로 못질을 해서는 안될 것이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편리와 소용을 따라 쉽게 못질을 했던 것이지요.
김재용씨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다시 못을 뽑았습니다. 다 마친 일이었지만 얘길 듣고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농구골대는 미끄럼틀 위 손잡는 쇠파이프에 결렸습니다. 이래저래 나무에게 미안한 날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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