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562. 나무에게 미안한 날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5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

□한희철1562. 나무에게 미안한 날

 

농구대를 가져오던 날, 곧바로 농구대를 세우게 되었습니다. 미루면 언제 하게 될지 모르지 않냐며 농구대를 실어 온 재성이 아버지가 세우는 일까지 나섰습니다. 

구덩이를 파는 동안 재성이 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고 가 모래와 자갈을 파왔습니다. 방아를 찧고 있던 승학이 아버지가 트랙터를 가지고 와 일을 거들었습니다. 서로서로 힘을 합하니 농구대 세우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농구대를 다 세운 뒤에 재성이 아버지가 얼른 집으로 가더니 작은 농구골대를 가져왔습니다. 놀이방 어린이들을 위하여 진작부터 달아 줘야 했던 농구골대였습니다. 마침새로 세운 농구대 옆에 느티나무가 있었고 높이도 적당했던 지라, 가지 하나를 잘라내고 놀이방 어린이들을 위한 농구골대를 느티나무에 달기로 했습니다. 못 몇 개를 박으니 그런대로 아이들 놀기에 적당한 농구대가 되었습니다. 

막 일을 마쳐 갈 때였습니다. 길을 지나가다 일하는 모습을 본 김재용씨가 한마디를 했습니다. 

“산 나무에 못질하는 거 아니여!”

그냥 농삼아 하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김재용씨의 말투는 나직했지만 분명했습니다. 

하기야 우리도 일을 하면서, 톱질을 하기도 하고 못질을 하기도 하니 나무가 못 견뎌 하겠다며 일을 하던 참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말을 못할 뿐이지 나무 역시 살아 있는 생명체, 함부로 못질을 해서는 안될 것이 자명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의 편리와 소용을 따라 쉽게 못질을 했던 것이지요. 

김재용씨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다시 못을 뽑았습니다. 다 마친 일이었지만 얘길 듣고서는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농구골대는 미끄럼틀 위 손잡는 쇠파이프에 결렸습니다. 이래저래 나무에게 미안한 날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7 한희철 1587. 어느날의 기도 한희철 2002-01-05 5285
176 한희철 1550. 도둑 한희철 2002-01-05 5285
175 한희철 1607.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한희철 2002-01-05 5285
174 한희철 1602. 양안치 고개를 넘으며 한희철 2002-01-05 5285
173 한희철 1599. 장독은 하늘을 알아본다 한희철 2002-01-05 5285
172 한희철 1597. 새벽 까치 한희철 2002-01-05 5285
171 한희철 1590. 권철이네 소 한희철 2002-01-05 5285
170 한희철 1589. 혼자 된 송아지 한희철 2002-01-05 5285
169 한희철 1588. 촛불 한희철 2002-01-05 5285
168 한희철 1586. 까치집 한희철 2002-01-05 5285
167 한희철 1584. 뽀뽀 한희철 2002-01-05 5285
166 한희철 1583. 단순한 즐거움 한희철 2002-01-05 5285
165 한희철 1580. 쌀좀 드릴려구요 한희철 2002-01-05 5285
164 한희철 1578. 구역회의 한희철 2002-01-05 5285
163 한희철 1577. 경임이 이야기 한희철 2002-01-05 5285
162 한희철 1576. 은희 이야기 한희철 2002-01-05 5285
161 한희철 1575. 서로 어울리는 시간 한희철 2002-01-05 5285
160 한희철 1574. 두세 한희철 2002-01-05 5285
159 한희철 1568. 누굴 찍어야 되유? 한희철 2002-01-05 5285
158 한희철 1567. 큰일 났어요 한희철 2002-01-05 5285
157 한희철 1564. 아이들의 셈 공부 한희철 2002-01-05 5285
» 한희철 1562. 나무에게 미안한 날 한희철 2002-01-05 5285
155 한희철 1560. 방바닥에 난 싹 한희철 2002-01-05 5285
154 한희철 1557. 할머니의 통장정리 한희철 2002-01-05 5285
153 한희철 1553. 낙서 한희철 2002-01-05 5285
152 한희철 1552. 댑싸리 한희철 2002-01-05 5285
151 한희철 1611. 두발자전거 타기 한희철 2002-01-05 5286
150 한희철 1610. 햇살놀이방 한희철 2002-01-05 5286
149 한희철 1604. 도로에 차들이 한희철 2002-01-05 5286
148 한희철 1600. 은옥이 이야기 한희철 2002-01-05 5286
147 한희철 1596. 기울만큼 기울어야 한희철 2002-01-05 5286
146 한희철 1595. 농촌을 등지는 이유 한희철 2002-01-05 5286
145 한희철 1585. 부숴지다 한희철 2002-01-05 5286
144 한희철 1579. 두 번째 영정사진 찍기 한희철 2002-01-05 5286
143 한희철 1570. 한끼 금식 한희철 2002-01-05 5286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