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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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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61. 백운산에 사는 사람
마을의 젊은 사람 몇 명과 함께 하루 시간을 내어 백운산 산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러 다녀왔다. 땅도 갈지 않고 거름도 주지 않고 김도 매지 않고 농사를 짓는 분이라 했다.
땅도 갈지 않고 거름도 주지 않고 김도 매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면 그야말로 거저먹기(?) 아닌가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어쩌면 땅과 인간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이 거기 가까이 쉬운 모습으로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기대감이 컸다.
막상 그분을 만나서 사는 모습을 보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현실과의 거리감 때문이었으리라. 혼자나 둘의 생존을 위해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가족의 생계를 그런 방식으로 꾸리기엔 무리다 싶었다. 같이 간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한결같았다.
그나저나, 난 그날 쉬 잊기 힘든 말을 들었다. 백운산에 살고 있는 분을 우리에게 소개했고 그날 운전을 하며 우리를 안내한 분이 백운산으로 가며 차 안에서 한 말이었다.
“목사님께 혼이 날 이야기입니다만 제 생각에는, 이미 절간에는 부처님이 안 계시고 예배당에는 예수님이 안 계신 것 같아요.”
그분의 성품으로 보아 그 말이 가벼운 말 유회가 아님을 안다. 진실하고 진지하게 ‘길’을 찾는 이가 토해낸 아픈 고백이었다. 어쩜 그건 한 사람의 고백이라기보다는 같은 처지에 있는, 예수를 보기 위해 나갔으나 예수를 에워싼 많은 사람들 때문에 예수를 보지 못하고 돌아설 뻔했던 삭게오와 같은 사람들 모두의 고백이 아니겠는가.
“예, 공감합니다.” 기꺼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구차한 변명처럼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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