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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9. 사람 사는 동네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6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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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59. 사람 사는 동네

 

토요일 아침이면 원주로 나갑니다. 인쇄소에 들려 주보 인쇄도 해야 하고, 우리말 우리글을 배우는 모임에도 참석해야 하고, 주일 예배 후에 갖는 사귐의 시간을 위해 필요한 다과를 사기도 해야 합니다. 

집을 나서 강가를 지나며 보니 그 너른 강가밭에 죄 당근이더니 이제는 죄 단무지무 입니다. 이거하다 막히면 저거하고, 저거하다 막 히면 또 딴거 하고 묵묵해야 할 농사가 비틀거리고 있습니다. 

갑자기 추위가 찾아오면 모두 밭에서 얼리고 말 무. 무를 뽑는 손길들이 여간 분주하질 않습니다. 

매래 끝, 강가를 끼고 한껏 구부러진 산모롱이를 돌아 조귀농에 이르렀을 때 막 상여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꽃으로 수놓은 꽃상여, 팔십 평생을 살아온 할머니가 훌훌 마지막 길을 떠나고, 그를 보내는 사람들이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날이 좋아서일까요, 이 가을에 떠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대로 너른 들판을 지나 사기막에 이르르자 관광버스 한대가 길 옆에 서 있습니다. 결혼식에 가는 버스입니다. 동네 입구에 있는 구멍가게 앞 의자에는 먼저 나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모처럼 정담을 나눕니다. 요즘같은 일철에야 서로 만나기도 어렵고 긴 얘기 나누기도 어려운데 모처럼 여유를 즐깁니다. 

이게 사람 사는 동네구나 싶었습니다. 서로 멀지 않은 곳에서 한곳에선 일하고, 한곳에선 장례를 모시고, 한곳에선 결혼 잔치를 벌이고 때를 따라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고, 그 일을 함께 겪으며 나누며 살아가는 삶, 그게 결국 사람 사는 동네구나 싶었습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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