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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5. 인우재 집들이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8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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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55. 인우재 집들이

 

한동안 미뤄 왔던 인우재 집들이를 했다. 바쁜 철을 잠깐 피해 하루 날을 잡았다. 안하면 어떠냐고 마을 사람 몇몇은 얘기를 했지만 하고 싶었고 가져야 할 시간이라고 여겨졌다. 

그동안 수고해 주신 분들이 적지 않고 지경다지던 날과 쇄받던 날 모두들 올라와 함께 집 짓는 일을 축원했던 마을 분들인데 집짓기를 마치고 집들이를 안 하는 것은 아쉽기도 하고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돼지 한 마리를 잡으니 음식은 푸짐했다. 몸이 불편해서 그동안 한번도 인우재에 올라와 보지 못한 안갑순 속장님과 안경순 할머니도 올라오셨다. 바쁘다면 바쁜 일철, 그래도 함께 올라와 축하하며 함께 기쁨을 나눠주시는 마을 분들이 더없이 고마웠다. 안방과 건너방 그리고 기도실, 또 마당에 놓은 책상 위에 음식을 차리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얘기꽃을 피웠다. 

마을 분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는 걸 잘 알면서, 잘 알기에 일체의 축의금이나 선물을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런 형식을 벗고 다만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편하게 받아준 마을 분들이 다시 한번 고마웠다.

막 밤나무 잎과 그 뒤를 이어 대추나무 잎이 나기 시작할 때 일을 시작했는데 대추가 익고 밤이 익어 떨어진 뒤에 집들이를 하게 됐으니 봄과 여름 내내 집짓는 일로 시간을 보낸 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일해준 대여섯명의 마을 분들에게 감사한다. 집 짓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가능하면 옛집을 재현하고 싶은 마음에 환갑 연배의 마을 분들에게 일을 부탁드렸는데 그분들은 정말로 내 집을 짓듯, 우리 집을 짓듯 집을 지었다. 

“목사님이 지으니까 일을 하지 그렇잖으면 일 안해요. 이 나이에 이런 일을 하겠어요?”

말도 그랬고 마음도 그랬다. 특별한 기술자 없이 마을 분들과 꾸준하게 지은 집, 그러기에 인우재는 더욱 정이 간다. 

박종관씨가 고맙다. 마을 분들을 모아주는 일은 물론 나무가 모자를 땐 언제라도 당신 산의 나무를 주었다. 혼쾌한 마음의 성원이 여간 고마운 것이 아니었다. 

최영남 성도의 수고는 인상적이었다. 일하는 마을분들 뒤에서 묵묵히 모든 일을 도왔다. 일을 하다 일이 막히면 언제라도 출구를 마련했다. 옛 문짝을 구한 일. 대패로 문틀을 만든 일, 쇄를 받기 위해 왜 엮은 것을 구한 일, 여주에서 질흙을 구한 일등은 최영남 성도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네에 모내기를 하느라 한동안 일이 중단되었을 때 주춧돌과 기둥을 바꿔 세우던 일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 재미있고도 중요한 일이었다. 인우재와 함께 최영남성도의 이름은 두고 두고 기억되리라. 

 

교우들께도 감사한다. 목사가 하는 엉뚱한 일을 사랑으로 이해했고 틈나는 대로 올라와 일을 거들기도 했고 밥 차리는 일을 돕기도 했다. 기도할 때마다 잊지 않고 기도를 해 준 덕에 한 번의 사고나 다치는 일 없이 모든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함께 염려하며 걱정해준 가족들과 친구들께도 감사를 드린다. 늘 든든했다. 

누구보다 아내가 고생이 많았다. 소꼽장난이라 하기엔 여러가지로 벅찬 일. 무엇보다도 마음으로 이해하고 격려해준 그 마음이 고맙다. 서너 달 동안 밥을 하는 말이 어디 쉬운 일인가. 물도 길어와야 하고 볕을 가릴만한 마땅한 시설도 없고, 하루두번 새참에 점심. 그리고 차 대접,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는 강행군을 아내는 몸으로 마음으로 잘 견뎌냈다. 

될 수 있으면 같은 찬을 내지 않으려 노력했으니 어디 시골에서 그 일이 쉬운 일이었겠는가. 이런저런 마음의 고충도 잘 이겨냈다. 두고두고 고맙고 미안하다. 

 

몇 분 얘기마을 가족의 정성도 잊을 수 없다.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일도 있는데 좋은 목사 되라는 큰 격려요 채칙이리라. 

요즘은 시간이 날 때마다 인우재에 올라온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 가지고 올라오기도 하고 정 배고프면 라면을 끓이기도 한다. 새소리와 바람 소리 외엔 더없이 조용한 곳. 책상에 앉아 읽기도 쓰기도 하고, 기도실에 무릎을 끓기도 한다. 

내가 그러고 있는 동안 열심히 일하고 있는 교우들과 마을 분들 그리고 놀이방 아이들을 돌보는 아내에게 미안하지만 미안한 만큼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려 한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며 남을 돌본다는 것은 주제넘은 짓, 다른 생각 말고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기로 한다. 

일과 사람으로부터 서너 결음 물러나 나를 돌아보며 큰 어리석음을 배우려 한다. 내 생애, 가능하다면 언젠가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 헤아리시고 생각보다 훨씬 일찍, 그리고 훌륭하게 인우재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하며 그분의 이름을 찬양한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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