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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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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18. 가정의 달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주일저녁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리기로 했다.
사실 예배란 것이 한번 시작하기만 하면 그만둔다는 것은 여간해 힘든 일, 게으름을 공인하는 듯한 송구함이 크고, 너무 편의적인 인간 중심의 생각을 한다는 자책이 큰지라 시작하기는 쉬워도 그만두기는 어려운듯 싶다.
농촌에서 목회를 하면서 때때로 드는 생각 중의 하나는, 만약 예수님이 농촌에서 목회를 하신다면 지금과 같은 예배를 모두 다 드리실까? 하는 의구심이다.
새벽예배, 수요예배, 속회. 저녁예배·····, 피곤하게 농사일 하면서 ‘웬 예배가 그리 많냐, 예배가 짐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시며 먼저 예배를 줄이시지 않을까. 경망되다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아무래도 자유인 예수는 분명 그러하실 거라는 생각이 때때로 들곤 한다.
하루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하다가 저녁 종소리에 놀라 일을 멈추고 허둥지둥 달려와 저녁은 커녕 겨우 손발 씻고 예배당으로 달려오는 교우들을 볼 때면, 그러다가 쏟아지는 졸음을 애써 참으려고 애쓰는 교인 볼 때면 그런 생각이 더욱 절실해진다.
내가 생각 속의 예수님처럼 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용기와 믿음, 그리고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5월은 여러가지로 일이 바쁜 철이다. 밭일도 일이지만 모내기도 있어 정신이 없다.
마침 가정의 달, 5월이 갖는 의미를 살려 주일 저녁예배를 예배당 모이지 않고 각각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남편과 마주 앉아 때로는 손주와 예배를 드리게 되겠지만 함께 사는 가족들과 한자리에 둘러앉아 찬송하고 기도하는 시간은 그만큼 소중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교회 안 나오는 가족들이 그런 일을 계기로 예배를 같이 드린다면 그 또한 좋은 일 아니겠는가.
준비한 예배문이 길어야 10여분, 하루 일 마치고 늦은 저녁상 대하기 전, 아니면 잠들기 전 잠깐 예배를 드리면 되니 피곤함을 더는 데도 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매 주일마다 예배문을 준비해 복사했다.
무엇보다 편했다. 홀가분했다. 예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일을 할 교우들을 생각하니 그랬고, 목사로써 주일저녁예배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그랬다.
틀에 박힌 의무감에서 벗어나 식구들과 둘러앉아 예배를 드리니, 그것 또한 참 좋았다. 어느날은 말씀을 소리가 읽고, 어느날은 규민이, 어느날은 규영이가 한 자 한 자 서툴게 손을 짚어가며 기도문을 읽기도 했는데, 모두가 다 고마웠고 그런 순간이 더없이 귀하게 여겨졌다.
5월의 마지막 주일, 4주를 가정예배로 드린 뒤 우리는 모여 가정예배를 드린 소감을 나누었다. 보완해야 할 점 (가정예배를 잘 드릴 수 있도록 매주 잘 챙기고 확인하는 것)이 있지만 대부분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가을걷이로 바쁜 가을철에 다시 한번 그런 기회를 갖자고 했다. 우리가 신앙의 삶을 제대로 살기만 한다면, 정말 그럴 수 있다면, 예배 횟수는 그만큼 줄여도 괜찮지 않을까?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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