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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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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15. 책상 서랍 속 새
인우재 뒤뜰 우물가에 있던 책상 서랍 속에 어느샌지 새가 집을 지었다. 최영남, 박상율 성도님이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는데 새알이 서너 개 들어있다고 했다. 지난해 서까래 사이에 새가 집을 짓고 새끼를 쳐 나간 적이 있는지라 올해는 그 자리에 또 새들이 찾지 않을까, 은근히 기다리던 터에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새집은 무척이나 반가웠다.
새집을 발견한 두 분은 새집을 지은 책상을 한쪽 구석 외진 곳으로 옮겨 놓았다.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말라는 배려였다.
꽁지 안쪽이 붉은 아름다운 새였다. 새는 그래도 사람 눈치를 살피며 연신 새집을 드나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도 그들의 입에 벌레 같은 게 물려져 있기도 했다.
새끼를 깐 것이 분명했다. 확인해 보고 싶은 설레임이 굴뚝 같았지만 그때마다 참았다. 혹시라도 손을 타 새끼를 죽이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저녁, 아이들과 함께 인우재에 올라간 날이었다. 인우재 옆 마당에 뭔가 떨어져 있었는데 다름 아닌 새 새끼였다. “얘들아, 이리 와 봐라!”
앞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아이들을 부를 때 마음이 설렜고 떨리기도 했다. 소리, 규민, 규영이가 달려와 작은 새 앞에 둘러앉았다.
새는 한마디로 앙증맞았다. 고 작은 덩치도 그렇고, 먹물 번진 듯 유리알처럼 까만 눈동자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제 주변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는데도 새는 전혀 무서워하거나 신경 쓰는 기색이 아니었다. 저도 둘러앉은 사람들 중의 하나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태연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저녁 시간마저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규민이였던가, 소리였던가 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새에게 가져가는 순간 새는 후루룩 하고 날개짓을 하더니 저만치 기도실 벽에 앉는 것이었다. 고 작은 새가 고 작은 날개를 펴 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조심조심 새에게로 다가갔을 때 새는 다시 한번 날개짓을 하여 숲 쪽으로 날아갔다. 어둠 속에서 저 어린 새가 어떻게 밤을 걸까, 걱정도 되었지만 자연은 그윽한 품으로 어린 새를 안아주고도 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다시 인우재를 찾았을 때 낯익은 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적지 책상 서랍 속에서 새끼를 키우는 동안 잘 돌봐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새끼들과 잘 살아라.” 나도 새에게 인사를 했다.
새끼의 소리였을까, 숲속에서 뭔가 소리를 들은 어미는 얼른 숲속으로 날아갔다. 한 여름으로 향하는 숲은 푸른 기운이 넘실대고 있었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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