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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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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만병통치약
노란 복수초와 잉잉대는 꿀벌, 다소곳이 꽃잎 벙근 매화가 반기는 봄날이렷다. 이쪽에선 ‘그러면서’를 ‘금서’라 줄여 말하는데, 이야기를 전개할 때 ‘금서 금서’ 호들갑으로 유난을 떨어도 좋은 봄날이야. 금서 꽃이 피기 시작하는데, 꽃 자랑을 하는 얼굴마다 해시시 들떠 있더라. 버들치 박시인 댁에 들렀다가 반쯤 핀 매화를 봤다. 코를 킁킁거렸을 뿐인데 인생 끙끙이 해결. 서울 사는 친구는 한 보따리 매화 가지를 꺾어 갔다. 꽃 선물을 받게 되면 캄캄했던 마음에 알전구가 켜지는 느낌이랄까. 우울증엔 ‘금융 치료’만 한 게 없다던데, 출금 말고 입금 말이야. 통장에 흙물 바닥이 비치고, 물고기가 파드득거리듯 숨도 크게 못 쉬다가 누군가의 입금으로 돈이 좀 생기면 휴휴 안도의 웃음기. 하지만 돈이란 게 술술 샐 때는 모래시계처럼 쉬이 빠져나가고 말지. 진짜배기 만병통치약이란 짜디짠 맛의 ‘3가지 물’이라더라. 뭔고 하면 ‘땀과 눈물 그리고 바다의 소금물’. 바다에 가면 가슴이 탁 트이고 살 것 같지 않던가. 바다의 ‘짠 기’가 두 볼에 닿을 때 순간 흘린 눈물이 배나 짜고 매워져. “이겨내요. 당신은 할 수 있어!” 이를 깨물고 돌아설 때 파도가 들려주던 이야기.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온 사람의 땀과 눈물은 당대가 아니라도 후대에 귀하고 소중한 열매를 맺게 된다. 이는 불변의 이치이며 순리.
하루는 경기도 한강의 끝물 월곶면 촌락에 다녀왔다. 집안 어른이 사는 곳. 추운 곳이라 나무들은 아직 새순조차 내밀지 않고 북풍한설을 견딘 상처만 가득했다. 한 맺힌 일제와 육이오를 견디고 살아온 일가친척들은 백설이 머리에 하얗게 내려 있었고, 만병통치약이란 언젠가 하늘이 부르실 날 고통을 맺는 끝인사 한마디뿐. 금서 금서 하다가 한 톨 눈물로 맺을 이야기. 부처님도 생로병사의 끝에 지긋이 미소짓고 떠나셨으리라. 손이 저리고 아파서 흔들지도 못하고.
임의진 목사·시인2023.03.0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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