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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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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어린 시절 사랑을 받지 못해 심리 치료를 받겠다고 찾아온 친구에게 구루(스승)인 ‘스와미 묵타난다’는 이렇게 얘기했다. “바로 지금부터 사랑하면 됩니다.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했다는 걸 기억하고 괴로워하는 건 바보짓이에요. 제 자신 속에 있는 사랑을 찾읍시다. 타인에게 사랑을 받아 행복을 느끼는 건 잠깐이죠.” 그는 또 세상에는 가장 귀한 세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
1.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것,
2. 자유와 해방을 향한 갈망,
3. 앞서 깨달은 스승을 만나 그의 보살핌을 받고 살아가는 인생.’
내 안의 사랑을 찾아 혼자서 걷는 여행. 고대 도시 시엠레아프의 사원 ‘앙코르와트’에 찾아왔다. 늦잠 자는 박쥐와 아기를 안은 원숭이, 힐끔 쳐다보는 물까마귀, 하품하는 고양이가 날 반긴다.
늑대거미처럼 뚜벅뚜벅 큰 걸음으로 어슬렁거려. 숨이 막히면 바로 지금부터 숨을 쉬고, 사랑이 고갈되었으면 지금부터 내가 사랑의 주체가 되길 작정한다.
황홀한 시엠레아프의 일출, 힌두교 사원에 세 들어 앉아 계신 불상. 나는 남미를 자주 다니면서 고대 신전 위에 지은 천주교 성당도 많이 보았다. 세월은 종교 위에 또 새로운 종교를 얹고 흐른다. 영원한 목숨이나 재물, 건물 따위는 없고, 오직 위대한 가르침만 남을 뿐이야.
마추픽추에 견줄 만한 우뚝한 사원 앙코르와트(사원이란 뜻). 그중에도 타프롬은 나무뿌리를 감고서 웅장하고도 신성했다. 당신의 건강과 평화를 위해 합장 기도. 꼬박 이틀을 걷는 사원 한 바퀴. 돌아온 숙소의 강아지가 뛰어와 재롱을 떤다. 여기 음식도 맛나지만 김치찌개가 그립네. 강아지 이름을 찌개라고 짓고 내 맘대로 “찌개야, 찌개야” 불러본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개는 김치찌개. 진짜 개를 먹는 게 아닌데 소문이 잘못 났어. 사원에서 생각한다는 게 고작 먹는 타령, 나는 구루가 되기는 이미 틀린 인생.
임의진 시인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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