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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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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12월의 연하장
연말과 연초면 지인들에게 성탄 카드와 연하장을 부치곤 했었다. 전보 서비스도 종료되어 없어지고, 손으로 꾹꾹 눌러 쓴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한 스승에게 제자가 묻기를 “스승님! 진정한 친구는 어떻게 가질 수 있나요?” “참된 친구가 만약 있다면 한 명도 기적과 같은 법이다. 둘은 많고, 셋은 불가능해. 나도 그런 친구가 없어 즐겁게 놀지 못하고, 이리 공부만 하는 거 아니냐.” 제자는 골똘히 궁리하더니 고개를 푹 숙이더래. 그대에게 한 명의 기적 같은 친구가 있어 연하장을 부칠 수 있길 비는 마음이다.
함석지붕의 오리지널 흙집 ‘토굴’에 머물던 분을 안다. 우리는 억은커녕 이른바 ‘관값’을 남기고 죽는 일도 버거운 인생이었지. 당시 나눈 연하장이 아직 내 기억 속에 있다. 엽서 말미에 색연필로 그려준 별들은 인생이 어둡고 쓸쓸할 때마다 앞길을 비추는 듯해.
또 기억나는 편지가 하나 있는데, 신학자이자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칼 바르트 선생이 작곡가 모차르트에게 보낸 연말 카드. “지금 당신 계신 곳엔 어떤 음악이 흐르나요? 저는 상상하기를 천사들이 신을 찬미할 땐 바흐를 연주하고, 자기들끼리 놀 때는 당신의 음악을 연주하겠지요. 당신의 탄생 200주년이어서만 아니라 진짜 이곳에선 다들 당신 음악에 매료되어 살고 있어요.” -1955년 12월 스위스 바젤에서 한 팬이….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모차르트가 보낸 답장 같은 동요가 울려 퍼지는 겨울밤이야.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성탄 카드를 만들다 포기하고, 이곳에다 한 줄 짧게 쓰네. “한 해 마무리 잘하기를 바라. 행여 우울하다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가까이해보길.”
임의진 시인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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