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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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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 목사] 무는 개 짖지 않는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무게와 가치를 갖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있겠구나 싶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지는 경우 말이지요.
잘못된 말은 칼이나 창이나 화살보다도 그 말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스페인 속담 중에는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심장을 관통한 화살은 뽑고 치료하면 낫지만, 영혼을 관통한 말은 고스란히 남았다가 그 말을 떠올릴 때마다 더 큰 고통을 줍니다.
사람들 중에는 그가 하는 한 마디 말로 부박해지는 사람이 있고, 진중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천박하고 경솔하다는 뜻을 가진 ‘부박’이라는 말은 ‘浮’(뜰 부)에 ‘薄’(엷을 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면 ‘묵직하고 진지하다’ ‘점잖아서 드레가 있다’는 뜻을 가진 ‘진중’이라는 말은 ‘鎭’(진압할 진)에 ‘重’(무거울 중)으로 이루어집니다. 생소할지 몰라도 ‘드레’는 ‘사람의 품격으로서 점잖은 무게’를 나타냅니다.
우리 속담 중에 ‘무는 개 짖지 않는다’는 것이 있습니다. 여행 중 낯선 동네에 들어서다 보면 사나운 개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사납게 짖어대면 정말이지 겁이 납니다. 맞서 싸울 수도 없고, 도망을 치자니 개의 걸음을 당해낼 수가 없으니 오금이 저릴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의하면 그런 개는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납게 짖어 무서워 보이지만, 실은 겁이 많은 개이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겁이 나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무섭게 짖어대는 것입니다.
사납게 짖는 개와는 대조적으로, 무는 개는 짖지 않습니다. 물 때 물지언정 함부로 짖지를 않습니다. 짖지 않는 것은 나설 때인지 아닌지 상황을 살피는 것이지요. 그러니 진짜 무서운 개는 사납게 짖는 개가 아니라 함부로 짖지 않는 개입니다.
‘무는 개 짖지 않는다’라는 속담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속담들이 있습니다. ‘받는 소는 소리치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주어진 일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사람은 공연히 큰소리를 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빈 수레가 요란한 법, 속이 허전한 이가 요란을 떨뿐 능력이 있고 속이 알찬 사람은 대부분 말없이 주어진 일을 감당합니다. 무림의 고수는 제 실력을 가벼운 입방아로 대신하거나, 칼집에서 함부로 칼을 빼들지 않는 법입니다.
‘김 안 나는 숭늉이 더 뜨겁다’는 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연히 김이 펄펄 나는 숭늉이 뜨거울 것 같지만, 정말로 뜨거운 숭늉에서는 김이 나지를 않습니다. 김이 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숭늉을 마시다가는 입을 데고 맙니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러 사람들의 언행이 화제가 됩니다. 솜털처럼 가볍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고, 바위산처럼 무겁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는 개 짖지 않는 법이니, 가벼운 말장난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그의 진정성을 헤아려 올바른 일꾼을 선택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교차로> 202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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