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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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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임 사장, 임 목사, 종교동네를 잘 모르는 분들은 신부님이라 부르기도. 이젠 나잇살도 붙는데, 불룩배 보고 임신부라 부르는 건 아닌지. 요즘은 무슨 재변이 났나 ‘선생님’이라 부르는 소리도 듣게 된다. 선생님! 명예로운 호칭이 아닌가. 그런데 난 어찌된 게 그늘진 촌동네를 전전하며 학교를 다닌 때문인지 몰라도, 학교폭력에 엄청 시달렸다. 학생들에게서가 아니라 선생님들에게서 말이다. 하여간 어떤 학교를 가든 몽둥이를 든 어른들이 아침부터 밤시간까지 ‘감시와 처벌’의 재미로 사시는 듯 보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 것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얼마나 저지르고, 때릴 데가 또 어디 있다고. 나중에 장성해서야 알았지. 꽃으로도 때리지 않는, 평등하고 공손하게 아이들을 섬기는 좋은 선생님도 많이 계시다는 걸. 불행하게도 ‘참교육’ 선생님들과 일찍 인연이 없었다. 내가 그런 선생님 한분만 빨리 알았어도 푸른 청춘을 허비한 방황기는 없었을 거라 생각해.
촌에 살다보면 선생님들이 참 많아 보인다. 조금만 아는 척을 하고 머리를 굴리면 무조건 선생님 소릴 듣게 된다. 설마 재수 없어 보여서 나에게 선생님 호칭을 붙이는 건 아닌지. 아무튼, “선상님 벌써 가실라고요? 갈 때 가드라도 막걸리나 더 받아주고 가시재만….” 연극하는 후배들이 놀러와 장터 국수집에서 송년회를 가졌는데, 한쪽서 불쌍한 상거지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단골양반. “딱 한뱅쯤은 사드릴 수 있재.” 메리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메리 ‘카리스마스’로다가 막걸리를 촬촬 채워주었다. “선상님 근디 이왕이믄 안주도 어째 안 되까라우?” 내가 당신 봉이냐? 선생님 소리, 그거 공짜가 아니더라.
<임의진 |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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